금융 위기 속 정부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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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부터 잇따른 미국의 은행 파산 속에 미국의 금융 위기를 분석한 책이 등장했다.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9개의 금융 공황을 분석하며 이러한 위기를 미국 정부가 유발하거나 조장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리는 세계적 금융 위기는 금융회사의 무분별하고 잘못된 대출 정책으로 발생했다고 인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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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간 미국서 발생한 금융 공황 분석
정책 중요성 강조…정책 입안자·의사 결정론자 필독서
올 상반기부터 잇따른 미국의 은행 파산 속에 미국의 금융 위기를 분석한 책이 등장했다.
책에 따르면 불황의 역사는 곧 잘못된 정부 정책의 역사다.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9개의 금융 공황을 분석하며 이러한 위기를 미국 정부가 유발하거나 조장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유는 그간 발생한 금융 위기의 빈도수에 있다. 지난 181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수십 차례의 금융 위기가 일어나 2만개 이상의 은행이 파산하는 동안 인접 국가인 캐나다에서는 단 두 차례가 일어났다. 미국보다 은행업 위기가 많이 발생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뿐이다. 그만큼 미국의 금융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에서 세 차례 공직을 맡았던 저자 토머스 바타니안은 미국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나 잘못된 감독과 규제 등 선의로 펼친 정책에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유동성이 증폭되던 시기에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미 연준마저 갑자기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2008년에 발생한 금융 위기도 마찬가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리는 세계적 금융 위기는 금융회사의 무분별하고 잘못된 대출 정책으로 발생했다고 인식돼 왔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도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당시 미국 정부는 상업은행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비은행권 금융회사가 만들어 내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은 인지하지 못했고, 규제하거나 감독하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번 SVB 파산도 유동성이 증폭되던 시기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 연준마저 금리를 갑자기 올렸기 때문이다.
저자가 대안으로 꼽은 것은 '첨단 기술'이다. 특히 정부가 데이터 기반의 금융 감독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다만 기술은 인간에게 위기를 막아 내는 힘을 줄 수도 있고, 오히려 금융 위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기술이 어떻게 작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인간들에게 달렸다.
또 이 책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단순히 정부의 잘못된 정책만을 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1929년 대공황을 불러온 미 정부의 저금리 기조는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 원조라는 선의의 의미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판단력에서 나오는 정책은 사회에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저자는 금융 위기를 방지하고 그에 대응하려면 경제적 요인 뿐만 아니라 정책적 요인까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만큼 정책 입안자나 의사 결정권자들의 필독서라고 말할 수 있다. 정책 관련자들이 아니어도 다가오는 금융 위기의 조짐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를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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