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문화가산책] 신간을 만나다…<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김문영 2023. 5. 1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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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사진=알에이치코리아]

실험심리학자이자 발달인지신경과학 전문 철학자인 브루스 후드가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인간의 소유욕이 끼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브루스 후드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MIT 객원교수, 하버드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브리스톨대학교 실험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학자로서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활동에 왕성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가난한 이들의 포퓰리스트' 등 흥미로운 소주제들을 다룹니다.

저자는 이 장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와 같은 포퓰리스트가 득세하고 2018년 BBC 방송국 보고서도 지적했듯이 유럽 전역의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상당하게 득표를 한 이유를 따지고 들어갑니다.

그 원인이 저소득층의 사회적 박탈감 때문이란 '경제적 고통 가설'만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고 후드는 분석합니다. 이 가설에 근거해서는 경제적 고통과 거리가 멀었던 부유한 백인 남성층마저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후드는 1960년대 부모의 가치관에 반항하면서 반문화를 대표하고 덜 권위적이며 인권을 더 중시하게 된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의 주류 세대가 된 상황에서 통제권을 되찾아오려는 1925~1945년에 태어난 '침묵 세대'의 혁명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사치품을 과시하려는 블링(bling) 문화에 대한 그의 시선도 재미납니다. 그가 소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속한 인종 집단이 가난할수록 자신을 구별할 필요성이 커져 과시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인종 집단이어도 비교적 부유한 지역에 사는 구성원은 '과시 소비'에 돈을 덜 지출합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같은 인종 집단의 구성원과 직접 경쟁할 일이 별로 없고 좋은 인상을 남기려 지나치게 노력할 필요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사치품의 구매는 그만큼 덜 매력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신제품 구매 시 인간 본연의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 기제에 따라 어느 순간 지루해져 만족도가 떨어지지만, 체험 소비는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라 만족도가 더 높다는 점 또한 언급합니다.

같은 이유로 최근 대규모 분석에 따르면, 일정 정도를 넘어선 부자는 물질주의적인 구매보다 체험적인 구매를 더 많이 즐기는 반면, 덜 부유한 사람은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책에는 이밖에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리려는 행동을 일컫는 '키 큰 양귀비 증후군(tall poppy syndrome)' 이 작용해 겸손함이 미덕으로 작용하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폴리네시아, 덴마크 등의 사례가 소개됩니다.

악의적인 시기심을 자극하는 '부의 신호 보내기'는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도 분석됩니다. 가상 협력 게임에서 서로의 부를 볼 수 없을 때와 달리 서로의 부를 알게 되면 사람들은 덜 협력적이고 덜 친절해지며 부자는 가난한 이웃을 더 착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러스트

트러스트 [사진=문학동네]

에르난 디아스의 장편 소설 <트러스트>가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일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디아스의 첫 작품 <먼 곳에서>가 지난 2017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라간 데 이어, 두 번째 작품이 단숨에 쾌거를 거둔 것입니다.

미국에서 지난해 출간된 이 작품은 연말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위 안에 든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올해의 책으로 꼽혔으며 커커스상을 수상하고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작가의 탁월함을 입증했습니다.

1920년대 월스트리트를 주요 배경으로 한 소설 <트러스트>는 금융계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며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 부부에 대해 네 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구체적으로는 장별로 소설 속의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라는 네 가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나간 이야기가 마지막에서야 퍼즐이 맞춰지고 진실이 드러나는데, 이때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경제, 금융, 돈, 권력, 계급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룹니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트러스트(trust)'는 부부 사이의 신뢰, 신탁 재산, 위탁, 기업 합동 등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단어로, 같은 인물에 대한 여러 이야기 중 어느 이야기가 신뢰할 만한지, 어느 서술을 믿을 것인지 등의 질문을 담은 중의적 의미로 쓰였습니다.

영혼의 설계자

영혼의 설계자 [사진=다산북스]

전 세계가 사랑한 'Just do it(그냥 하자)',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등의 캠페인을 이끌고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등 굴지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콘셉트를 만들어온 기업 나이키, 어떻게 글로벌 의류 기업 브랜드 가치 1위로 자리매김했을까요?

약 30년간 나이키 마케팅을 이끌며 조직에 창조적인 영감을 불어넣는 데 헌신해온 그레그 호프먼이 수많은 나이키 광고들을 관통하는 키워드 '감정 디자인'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어디에도 공개된 적 없는 실패담을 들려줍니다.

나이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했고 현재 글로벌 브랜드 리더이자 연사로 활약하고 있는 호프먼이 '창조는 팀 스포츠다', '기억되기를 꿈꿔라', '단순한 기억이 아닌 위대한 유산을 남겨라'와 같은 원칙들과 함께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나이키 광고는 나이키 운동화의 소유가 패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스포츠에 대한 고객의 생각과 인생관까지 말해준다는 이미지를 고객들의 노리 속에 심었습니다. 덕분에 세계 최대의 팬덤을 보유한 스포츠웨어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많은 브랜드들이 제품이 '하는 일'에 집중하기 떄문에 제품의 '목적'에 대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 것을 당부합니다.

나이키 브랜드가 디자인의 영감을 어디에서 얻는지, 또 디자인이 유발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별 곁에서

작별 곁에서 [사진=창비]

<엄마를 부탁해>와 <리진>, <외딴방>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소설의 아름다움을 알리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신경숙 작가가 데뷔 38년 만에 첫 번째 연작 소설 <작별 곁에서>를 펴냈습니다.

이 책은 세 편의 중편 소설을 서간체의 형식으로 엮었습니다. 세 편의 화자는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연결됩니다.

이 이야기는 모두 예기치 않은 일들로 어느 순간 삶의 방향이 틀어져 소중한 존재와 작별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화자는 외교관으로 파견된 군인 남편을 따라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가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다른 화자는 친구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유럽으로 가지만 친구가 만나주지 않으며, 또 다른 화자는 제주 4·3 사건의 아픈 흔적을 발견합니다.

신경숙은 작가의 말에서 "지금 내게는 작별하는 일이 인생과 같다"고 서술하며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언마스크드

언마스크드 [사진=황소자리]

미국의 'CSI 슈퍼스타'로 불린 범죄과학수사관 폴 홀스의 가슴 아픈 고백과 성과가 담긴 책이 발간됐습니다.

책 <언마스크드> 저자 홀스는 악의 내면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은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기꺼이 선을 넘어섰습니다.

무려 24년간의 추적 끝에 최소 13명을 살해하고 50명을 강간했으며 10건 넘는 강도 및 절도를 범해 '골든 스테이트 킬러(GSK)'라고 불린 연쇄살인범을 검거함으로써 미국 역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을 해결한 인물인 홀스.

하지만, 그 사이 홀스는 첫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고 아빠로서 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으며, 밤이면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고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그가 GSK를 검거하기까지 치러낸 분투와 좌절은 물론, 11살에 납치돼 성노예로 살다가 범인 사이에서 낳은 두 딸과 함께 18년 만에 구출된 제이시 더거드 사건, 만삭의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바다에 유기한 피터슨 사건 등 강력 범죄 해결의 전모가 담겼습니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을 파헤칠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 홀스도 공소시효가 만료된 살인 사건을 수사하며 상사와 충돌할 때는 큰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미셸 맥나마라는 미제 사건 전문 기자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전력을 다한 홀스의 삶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숭고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때문에 책 <언마스크드>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즈와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폴 홀스는 강력사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치유와 일상회복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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