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학폭으로 상처받는 아이들…학교 절반 이상 상담교사 없다
[EBS 뉴스]
서현아 앵커
학교 폭력으로 상처 받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학교에 배치된 전문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리 법에 학교마다 전문 상담 교사가 배치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요.
실태는 어떤지 박은선 변호사와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학교 폭력 때문에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정서적 위기를 살피고 있습니다.
전문 상담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
박은선 / 변호사
전문 상담 교사를 학생들이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은 학교 상담실인 위클래스라는 곳입니다.
학생들은 위클래스에서 친구와의 갈등, 학교 폭력, 학업 스트레스 나아가 가정 문제나 아동학대 피해, 진로 고민, 자해, 자살 충동 등 다양한 어려움에 대해 전문 상담 교사와 상담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전문상담교사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거나 학교폭력 전담기구 심의에 참여하기도 하고 학부모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학생의 정신적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 상담 교사는 학교에서 가장 필수적인 존재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 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는 요즘 피해 학생이 자신의 피해 상황을 털어놓고 가해 학생들이 반성과 개선을 하기 위해 더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권은희 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일수록 학폭위 개최율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요즘 같은 시기에 참 학교의 정서적인 기능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정책인데 학교마다 전문 상담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이게 단순히 권고가 아니라 법에 명시된 의무라고요?
박은선 / 변호사
네 맞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19조의 2 그리고 학교폭력 예방법 제14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학보법에서는 학교마다 위클래스와 같은 상담실을 두고 최소 한 명 이상의 전문 상담 교사를 배치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합니다.
다만 소규모 학교에서는 전문상담교사가 순회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전문상담교사는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전문상담교사와 등장 자체가 2005년 학교폭력 예방 대책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 학교 폭력으로 인한 자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상담교사의 학교별 배치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러니까 학교마다 전문 상담 교사가 이제 최소 한 명씩은 있어야 하는 거군요.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박은선 /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법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1,794개 초중고 중 정규직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4,193개교로 35%였습니다.
비정규직 등 전체 전문 상담 교사로 범위를 넓혀도 배치율은 41.8%에 불과했습니다.
법에 그 배치 의무가 써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학교들 중 절반 이상의 전문 상담 교사가 없는 것입니다.
특히 사립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 배치 의무 위반이 두드러집니다.
몇 년 전 한 기숙사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의 사례가 언론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요.
학생이 죽기 전에 작성했다는 '나 진짜 죽고 싶어 도와줘' 라는 메모가 뒤늦게 발견되고 이 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없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는 본래 근무하던 전문 상담 교사의 계약이 만료되자 상담교사 TO를 활용해 입시에 도움되는 다른 교과 교사를 채용했다고 합니다.
만일 전문 상담 교사가 있었다면 그 학생은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선생님과 함께 다른 방법을 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당시 관할 교육청도 위기 학생의 1차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위클래스 기능이 상실돼 있었다' 라고 하면서 학교장 등에게 징계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법이 정한 의무인데 지키지 않은 학교가 더 많은 실정이네요.
그런데 전문 상담 교사는 없는데 상담사가 있는 학교가 있다고요?
박은선 /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상담사와 전문 상담 교사는 다릅니다.
상담실인 위클래스에 전문상담교사 대신 상담사를 배치하는 학교들이 적지 않은데 사실 없는 것보다 나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초중등 학생 상담을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아 초중고 교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 상담 교사가 학생들에게 보다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수학의 전문가라고 해도 수학 교수가 수학을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치기 어려운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초중등교육법이나 학부법에서 학생 상담을 위해 상담사상담 자격자 등이 아니라 전문 상담 교사가 배치되어야 한다' 라고 딱 규정을 한 것은 그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문 상담 교사 대신 상담사를 배치하는 학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들 마음을 좀 잘 들여다보자라는 취지였는데, 그렇다면 이 학교에서 전문 상담 교사를 배치하지 않는 이유,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박은선 / 변호사
일단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사립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이 사실 없었다면, 이 학교의 학교장 등은 전문 상담 교사 미배치를 이유로 한 징계를 받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보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위법한 전문 상담 교사 미배치를 묵인하고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교육부는 전문 상담 교사 768명의 증언을 요청했습니다만, 정부가 확정해서 발표한 내년 전문 상담조사의 수는 오히려 전년 대비 69.3% 감축한 246명에 불과합니다.
예산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만, 그저 예산 문제라고 하기에는 매년 학교들에 지원되는 시설 관련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 기기 지원 같은 것이 굉장히 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아무리 좋은 도구나 시설을 지원한다고 해도 아이들, 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을 안아주지 못한다면 대체 무슨 소용일까 싶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학생들의 정신적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지 못하는 것, 교육에서 보다 중요한 것이 값비싼 시설이나 높은 성적이 아니라 학생들의 행복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지금도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참 많을 것 같은데요.
이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은선 / 변호사
적어도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법대로 전문 상담 교사를 확충하기 위해 정부가 교원 임용시험을 통해 전문상담교사를 충분히 선발하면 됩니다.
이를 위해 예비 전문 상담 교사들이 '법을 지켜달라'라고 하면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하셨고, 지난해에는 국회에서 교사 출신인 강민정 의원님과 함께 기자회견도 했는데요.
사법부를 통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에 엄연히 명시되어 있음에도 정부가 오히려 나서서 전국의 절반 이상의 학교의 전문 상담 교사를 충원하지 않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고 학생들의 교육권 등 기본권 침해라는 점을 헌법소원을 통해 확인받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사실 초중등교육법 등에 학교별 전문 상담 교사 1인 이상 의무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은 학생 200명 내지 350명당 상담교사 1인을 배치하고 있는데 우리는 전교생 수가 1500명,2000명이 되어도 '전문 상담 교사는 한 명만 있으면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최소한의 장치라도 법에 쓰인 그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실 이 학교 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처벌보다는 치유와 회복일 텐데요.
학교 안에서부터 정서적인 안전망을 탄탄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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