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입양 가는 장애 아동들…불발되면 평생 시설에

[EBS 뉴스]

오늘은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입양의 날'입니다.

5월 11일, 1이 두 번 겹치는 날이죠.

한 가정(1)이 한 아이(1)를 입양해, 가정을 이룬다는 의미인데요.

700명대였던 국내외 입양 아동 수는, 코로나19 이후로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더니 지난해엔 3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은 국내 입양이 되지 않아, 여전히 해외로 입양되고 있습니다.

진태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저체중과 발달 지연, 심혈관 질환을 겪는 등 장애가 의심되는, '건강이상아동' 대부분은 해외로 입양됩니다.

2017년 이후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된 건강 이상 아동은 모두 588명. 

국내로 입양된 건강이상아동(143명)의 4배가 넘습니다.

국내 입양이 저조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건강이상아동을 입양하면 월 최대 62만 7천 원의 입양양육수당과, 연간 최대 260만 원 한도의 의료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금액은 2011년 이후 10년 넘게 그대로인데다,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의 연평균 의료비가 2천4백여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 이종락 목사 / 주사랑공동체 (장애 아동 입양)

"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이런 치료 하려면 다 부모들이 데리고 다니면서 해야 돼. 근데 장애 아이들이 태어나면 입양은커녕 자기 아이들도 키우기 힘들어.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편견이 심한 거예요."

입양되지 못한 건강이상아동들은 장애인 시설이나 보육원과 같은 아동복지시설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입양 가능성은 더 낮아집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 121명에게 물었더니, 최근 3년 동안 장애 아동이 입양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우선, 시설은 입양을 추진할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인터뷰: 서울 소재 장애인 거주시설 원장

"우리가 이제 입양처를 알거나 이런 것도 드물고요. 보통 (입양) 절차를 (이미) 거쳤던 친구들이 기관으로 오다 보니 그런 부분들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건 맞아요."

또, 친부모가 아이는 돌보지 않으면서 친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시설이 나서 입양을 추진하는 건 절차상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서울 소재 장애인 거주시설 원장 

"(입양을) 해주려고 봤더니 이 아이에 대한 친권 포기를 받아야 된다는 거예요. 엄청 많이 (시도)했는데 결론은 (방법을) 못 찾았어요. 못 찾았기 때문에 입양이 안 됐어요."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 ISS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입양 규모는 2020년을 기준으로, 세계 3위입니다. 

한국은 최대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여전히 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 아동이 해외로 떠나지 않고, 새로운 입양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잘 성장하도록 대책이 필요합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