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건설노조 3000명, 평일 도심 퇴근길 차로 막고 행진
공갈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합원 석방 요구하기도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 3000여명(주최측 추산) 11일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희근 경찰청장이 분신해 숨진 조합원 양모씨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경찰의 경고에도 집회·시위 소음 기준을 수차례 위반(집시법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일 퇴근 시간에 연 이날 집회로 서울 도심에서는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건설노조는 이날 경찰청 본청과 양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유족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건설노조 수사가 강압 수사라고 주장하며 수사의 책임자인 윤희근 청장을 파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서대문역에서 경찰청 방향으로 이어지는 4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건설노조 측에 소음을 기준 이하로 낮추라는 명령, 확성기 사용 중단 명령을 잇따라 내렸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은 ‘소음 수준이 규정을 위반해 집시법에 따라 3차 해산명령을 내린다’고 공지했지만, 건설노조는 경찰 명령을 듣지 않고 집회를 이어갔다.
건설노조는 최근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양모(50)씨를 전면에 내걸었다. 숨진 양씨는 작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원 지역 건설 공사 현장 5곳에서 공사를 방해·지연한다고 협박해 8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노조 측은 양씨 관련 수사가 부당하며 현 정부의 의도적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결의문 낭독하는 한 집회 참가자는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정권과 자본의 건설노조 때리기로 노조들이 탄압을 받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동지를 떠나보내야 했다”며 “너무도 분통하다. 자본의 입맛에 맞춰 노동자를 적으로 몰고 파렴치범으로 모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경찰청 앞에서 1시간 가량 집회를 연 뒤 곧이어 서울시청까지 행진했다. 서소문로 3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점거하면서 일대는 한때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퇴근하던 시민들 중에선 집회 소음에 귀를 막는 이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노조를 향해 “이 시간에 꼭 밖에 나와야되나. 이 동네 살면 시끄러워 어떻게 사나”라고 했다.
민노총은 이날 전국 지방 경찰청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선포하는 동시에 최근 공갈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합원들을 당장 석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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