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반격에 시간 더 필요, 지금 하면 희생 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당초 올 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러시아군에 대한 대반격 계획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무기 등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반격에 나선다면 희생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보도된 BBC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반격 작전에 대해 “기다려야 한다.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진 무기로도) 우리는 전진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군인을 잃게 될 것이고,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훈련을 마친 전투 여단은 준비가 돼 있지만 동맹국들로부터 일괄적으로 인도받기로 한 장갑차를 비롯해 여전히 준비를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방으로부터 주력전차 등 중무기를 지원 받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한 ‘봄철 대반격’을 예고해 왔다. 다만 무기 부족 등을 이유로 시기는 계속 미뤄져 왔다.
최근 남부 전선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임박했을 보여주는 징후가 잇따라 포착됐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근 정확한 시점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공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반격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고 휴전 협상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서방의 대대적인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로서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격 작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언급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BBC는 “서방의 무기 지원이 전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이번 대반격 작전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우크라이나군의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러시아가 바라는대로 전쟁이 장기전이 될 위험성을 경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 역시 재차 못 박았다. 그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있지만, 우크라이나에게 영토를 양보하라고 압력을 가할 수는 없다”면서 “도대체 세계의 어떤 나라가 푸틴에게 영토를 내줘야 하는가”라고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미국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내년 대선 때 우리가 어디에 있을지 누가 아는가. 그때까지는 우리가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일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암살을 노리고 크렘린궁에 드론 공격을 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크렘린궁 공격이 러시아의 ‘가짜 깃발’, 즉 위장 작전이라며 “이런 자작극은 러시아에서도 먹히지 않는다. 워낙 인위적이라 러시아의 선동가들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대반격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언급이 “기만적”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반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반격을 시작했고, 바흐무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면서 “불행하게도 그들의 작전은 일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군은 바흐무트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 정예부대를 2㎞ 이상 밀어냈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5111546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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