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표정 절묘하게 잡아내 ‘찰칵’… 건축, 풍경이 되다
건축물 외형과 분위기 어우러진 모습
주변과 소통하는 생동 대상으로 포착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수목원 ‘사유원’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표현해내기도
“건축가 고민·시간 담은 함축적 이미지
관계야말로 건축이 가진 진정한 가치”
그는 건축물을 하나의 독립적인 오브제나 사물이 아닌, 자연과 도시 속에서 주변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생동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에게는 건축물의 외형과 분위기를 사진에 절묘하게 담아내는 탁월한 능력이 내재해 있다. 건물 주변의 분위기를 활용해 건물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대표적 사례가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수, 풍, 석 미술관 사진이다. 온통 눈에 뒤덮인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석, 풍 미술관과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에 파묻혀 간신히 지붕만 보이는 수 미술관은 건물에도 표정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에 가면 그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는 8월6일까지 열리는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전이다.
울릉도 해안가 절경 아래 진주처럼 밝게 빛나는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이 유선형 건축물은 세계 최초로 초고성능콘크리트(UHPC)를 현장에서 타설해 가며 지은 건물이다. 아름다운 선이 돋보이는 이 건물을 새벽 동틀 무렵 하나의 풍경처럼, 거친 울릉도의 지형과 바다를 함께 버무려 담아냈다.(‘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2017)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격자형 도로 체계 속에 계획된 엄격한 질서의 현대 도시와는 상반된 서울 해방촌의 모습을 포착했다.(‘서울 해방촌’, 2021) 질서와 변화가 혼재된 이곳의 불 켜진 다세대 주택들은 ‘풍경으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건축물을 넘어서 도시의 삶 세부를 들여다본다.
김용관은 작가 노트에 “내가 찍는 사진은 나의 직업이자 나의 삶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건물을 디자인하는 건축가들의 고민과 시간을 담아낸 함축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온전히 나의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 건축물이 주변의 수많은 관계를 통해 탄생하듯 나의 작업도 관계에서 출발한다. 관계야말로 건축이 가진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것을 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한다”고 적었다.
1990년 처음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는 건축 전문지 ‘공간’의 전속 포토그래퍼로 활동했다. 1999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건축가협회(AIA)의 건축 사진가상을 받았다. 현업 건축 사진가 최초로 건축 사진 1만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최봉림 사진비평가는 “건축 사진의 첫 번째 기능은 의뢰받은 건축물의 적절한 기록이지만 김용관은 여기서 머무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는 건축물을 풍경의 일부로 해석한다”고 호평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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