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줄고 관객은 외면 “호잇! K-애니 살아나라”
김수정 감독 “韓애니 제작 여건 열악
둘리 흥행 때도 빚 갚는 데 5년 걸려
창의적 韓웹툰, 애니로 이어졌으면”
국산 애니 유·아동 타깃 작품 대부분
관객 58% “외국산 애니만 본다” 답변
창작 애니 ‘거신’도 18일 개봉해 주목
현재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가 히트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영화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특히 극장판 애니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둘리가 개봉했을 때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애니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애니 감독이자 만화가이면서 제작자로서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 여러분들에게 공유하지 못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한국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가 이렇게 흥행하는 것을 볼 때 맘도 쓰리고 한편으론 죄책감도 느낀다”면서 “한국에서 애니 제작은 사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만들고 싶은) 맘은 굴뚝같은데 여러 가지 상황이 따라와 주지 못하는 점도 있고, 개인적으로 못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96년 개봉했던 작품을 다시 장면 장면 보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던 기억들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면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열악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작업에 참여한 스태프 상당수는 이 바닥을 떠났고 남아 있는 분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라며 한국 애니 산업에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한국 애니는 어린이용, 일본이나 미국 애니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작지 않고, 상당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뽀로로처럼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어린이 관객의 안정적 확보나 캐릭터 상품 등의 판매가 보장되는 몇몇 작품 외에는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다.
2021년의 경우 극장용 장편 6편을 포함해 72편의 한국 애니가 공개됐는데, 이 중 유·아동 대상 3D 애니가 55편을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만 3∼69세의 애니 콘텐츠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외국산 애니만 관람한 비율은 58%나 됐고, 국산·외국산을 모두 관람한 비율은 24%였다. 국산 애니를 관람하지 않은 이유는 ‘외국산보다 재미없어서’가 42.8%, ‘대부분 유아용 애니라서’가 39.6%였다.
이런 영향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2020년 한국 애니 극장 총 관객 수는 28만2975명에 불과했고, 2021년엔 그나마도 22만1834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뽀로로 극장판이 풀리며 관객은 다시 늘어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창작 애니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김 감독은 한국 극장 애니 산업의 척박한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한국 애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작가들의 무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일본 애니 관객이 늘고 기술적으로 앞서가고 있지만,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힘은 오히려 정체된 느낌이다. 반면 한국 웹툰, 웹소설의 이야기 구조를 보면 굉장히 자유롭다. 이것이 그대로 애니로 넘어온다면 굉장히 멋있는 작품이 나오고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몇몇 웹툰의 경우 애니화했고, ‘유미의 세포들’, ‘연의 편지’ 등은 극장판으로 제작이 진행 중이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개봉에 나서는 창작 애니가 있기는 하다. 둘리 리마스터링판의 개봉보다 조금 빠른 오는 18일 제주도 설화를 기반으로 한 국산 창작 애니인 ‘거신 : 바람의 아이’가 개봉한다. 2017년 지역특화 콘텐츠 지원사업에 선정돼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피겨와 아트북 크라우드 펀딩에도 성공한 이 애니의 제작과 개봉에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다. 설화와 로봇의 싸움, 과거와 현대를 버무린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다. 하지만 연출 스타일이나 작화는 2023년 극장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어떤 실적을 낼지 주목된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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