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머니무브`] 예금금리 2% 시대… 은행서 돈 빼 MMF 샀다
자산운용사는 8조6000억 늘어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달 은행의 수신 잔고는 13조원 이상 줄었다.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8조6000억원이 늘었다. 은행권에서 이탈한 자금은 증권 등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수익성마저 하락세를 보이면서 예금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행에 몰렸던 자금이 주식, 채권 등으로 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낮아진 은행 이자 "예금서 돈 빼"=11일 한국은행의 '4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04조9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3조4000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의 경우 930조6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6조4000억원 줄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난 3월12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4월엔 14조8000억원이 감소하며 순유출 전환했다.
은행들의 금리 인하에 예금 금리가 매력을 잃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밑돌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비롯한 전국 19개 은행이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기본금리 기준 0.95~3.75%, 최고 우대금리 기준 2.70~4.00%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에서는 NH농협은행이 최고 연 3.80% 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을 판매중이지만, 고향사랑기부금 납부 등의 조건이 붙는다. 별다른 조건 없이 누구나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연 3.40%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47%로 집계됐다.
총 39개 정기예금 상품 중 최고 우대금리 기준으로 11개 상품의 예금 금리(1년 만기)가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기본금리로 놓고 보면 39개 중 28개가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심지어 2%대 금리까지 늘어나고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기본금리가 2%대인 상품은 6개로 나타났다. 전월취급평균금리를 보면 지난달 2%대 평균금리상품은 3개였는데, 한 달 새 두 배로 늘어났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올라와있지 않은 예금 상품 중 2%대 금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8일 정기예금 상품인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의 금리를 1년 만기 기준 3.20%에서 2.90%으로 0.30%포인트(p) 내렸다.
◇MMF·채권형 펀드 등으로 몰리는 시중자금=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이 예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단기 금융상품들로 유입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수신잔액은 전월보다 13조4000억원 감소했다. 지난 3월(-2조원)과 비교해도 감소폭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지난달 자산운용사의 수신(879조3000억원)은 3월 말과 비교해 8조6000억원 늘었다. 직전월인 3월엔 11조6000억원이 감소한 바 있다. 단기금융상품에만 주로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경우 지난 3월 10조900억원 줄었지만 지난 달엔 2조9000억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와 기타 펀드에 각각 2조1000억원과 4조1000억원이 더 유입됐고, 주식형펀드에서는 3월에 이어 2개월 연속 2000억원 가량이 유출됐다.
지난해 은행 예금 금리가 3~4%대까지 오르면서 쪼그라들었던 MMF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전월보다 MMF 자금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MMF 수탁고는 지난 10일 184조7301억원으로 이달 6거래일동안 1조5436억원이 늘어났다.
특히 개인의 MMF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조6064억원으로 지난 한 달동안 4000억원이 늘어난 반면, 법인 MMF 잔액은 현재 167조1096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소폭 감소세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이 하락 전환한 만큼, 앞으로 예금금리가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머니무브도 가속화될 조짐이다. 신한은행 NIM은 지난해 4분기 1.67%에서 올 1분기 1.59%로 0.08%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1.68%에서 1.65%로, 하나은행은 1.74%에서 1.68%로 줄었다. 다만 1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NIM은 1.79%로 4분기(1.77%)보다 소폭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적정 순이자마진을 확보하기 위해선 예금금리를 낮출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된다면 은행의 자금의 이탈은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희·이미선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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