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포스트모던 차일드 2부…규율의 해체
[KBS 부산]놀이터를 연상시키는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진짜 놀이터가 펼쳐집니다.
볼풀장에 뛰어들면서 보통의 전시장이 정해 놓은 경건한 규칙은 깨지고, 관객은 해방감을 느끼며 관람을 시작합니다.
향기를 내뿜는 작품 앞에서 직접 소품의 위치와 모양을 바꾸며 관객에서 작가로 변신해 봅니다.
국민체조 화면 앞에서 동작을 따라 하면 작품 속 영상이 지워지고 자신이 주인공이 됩니다.
강아지 몸에 아저씨 얼굴, 줄기 끝에 꽃 대신 달린 상자.
기이한 다모의 비디오 작품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돌아가신 부모 제사상 위에 추억의 옛 사진을 올리고, 병풍 뒤에는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영상을 설치했습니다.
익숙한 제사 모습은 아니지만 그리움을 담아내기 충분해 보입니다.
익숙한 것과 거리를 두면 얼핏 어수선해 보이고 혼란스럽지만 상상 세계의 문이 열리고, 기이하고 다양한 형태 작품을 만나면 상상의 나래는 더 넓게 펼쳐집니다.
[최상호/'포스트모던 어린이' 전시회 학예사 : "전시 의도는 있지만, 거기에 따라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무책임할 수 있지만, 전시 큰 틀에 맞는 작품은 준비하되 알아서 감상을 하고 어떤 것이 자신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고민을 해라…."]
사람이 오락기에서 타일을 이어붙이면 인공지능이 그에 맞춰 작곡하는 게임은 인공지능과의 공동작업을 경험케 합니다.
어린이와 어른의 정서적 격차를 활용해 만든 보드 게임은 세대 차를 넘어설 수 있는 교훈적인 작품이 됩니다.
모래 채굴 결과로 지하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형상화한 벽화는 너무 단순해 작품인지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 앞에서는 인간과 똑같은 수의 관절을 가진 마네킹이 관객 손이 닿을 때마다 다양한 자세를 연출합니다.
직접 끌 수 있는 고양이 기차와 손가락 책상은 디지털 공간에서나 볼법한 모습을 현실로 옮겨옵니다.
작품이 깨져도 좋다고 한 민승기와 연호경의 도자기 작품, 'ㅋㅋㅋㅋㅋ'는 제멋대로인 모양만큼이나 아이에게 한껏 마음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겨울 개막했던 포스트모던 어린이 1부 전시가 훈육에 우울해진 어린이를 보여줬다면 봄에 연 이번 2부 전시는 규율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영혼이 그려집니다.
[연규석/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현대미술도 어린이나 가족 대상으로 이러한 포스트 모던 어린이와 같은 전시를 통해서 접근성이라든가 아니면 어떤 대중성을 노리고, 그럼으로써 이제 다양한 연령층들이 현대미술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을 갖고 그러한 문화예술 향유를 할 수 있도록."]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아무리 까다로운 아이도 적어도 한 작품과는 소통할 수 있게 국내·외 43개 팀이 173개 작품을 다채롭게 준비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C.G:김소연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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