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보미 선생님 아니었으면 셋은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비용 부담·돌보미 처우 문제 토로…김 장관 "세자녀는 본인부담 10% 고려"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셋째 낳기 전에 남편이 아니라 아이돌보미 선생님께 여쭸어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더 키워주시겠다고 하셔서 그 말 듣고 그해에 (막내를) 가졌어요. 선생님 아니었으면 셋은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넷째도 도전해보겠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난 정부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 정원희(38)씨는 맞벌이 부부로는 드물게 세 자녀 가구가 된 사연을 이같이 설명했다.
정씨는 라온(8·여), 우솔(6·남), 시온(9개월·여)을 키우고 있다. 라온 양이 태어난 직후에는 사설 베이비시터를 이용했으나 세 번이나 바꿨다고 한다.
우솔 군이 태어난 이후에는 주민센터를 통해 처음으로 정부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 지금의 아이돌보미인 김혜옥(52)씨는 우솔 군이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됐을 때부터 이 집의 아이돌보미를 시작해 벌써 7년째가 됐다. 첫째 나온 양은 김씨와 멀어지기 싫어 먼 동네로 이사 가는 것도 거부했다.
정씨는 "(아이돌보미) 선생님 아니었으면 셋은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모두 안 계셔서 아이 키워주실 분이 한 분도 안 계시고, 형제도 지방에 산다"며 "셋째를 낳기 전에 남편이 아니라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이 더 키워주시겠다고 하셔서 그 말을 듣고 그해에 셋째를 가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은 나라에서 키워주고 있다. 이 제도를 모르는 엄마들도 많아서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보미 김씨도 "라온이랑 우솔이가 자라면서 너무 예뻐서 하루라도 빨리 낳으라고 했다"며 미소를 지었고, 김 장관도 "이렇게 예쁜데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냐"고 맞장구를 쳤다.
김 장관이 라온 양에게는 옷, 우솔 군에게는 포켓몬 캐릭터 완구, 시온 양에게는 목욕용품을 선물로 줬고, 아이들은 선물에 정신이 팔려 금세 어수선해졌다. 만 9개월밖에 안 된 시온 양이 김 장관 무릎에 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블루베리를 직접 집어서 입에 넣을 때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자녀들은 다 장성했다는 김씨는 "나이 들면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시온이를 보면 웃게 된다"라고 했다.
정씨는 김 장관에게 돌봄서비스 비용 부담과 아이돌보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그는 "셋째가 태어나면서 남편이 연봉을 올리기 위해 이직을 하니까 (소득분위가 조정돼서) 지원 규모가 줄더라"고 말하며 "선생님 급여를 생각하면 너무 적은데 나라에서 지원을 더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에 해당하는 정씨는 아이돌봄서비스 '다'형을 이용하고 있으며, (여러 아이) 동시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시간당 기본 비용의 1.5 배에 해당하는 1만5천원가량을 낸다. 아이돌보미가 한 명을 돌볼 때의 시급은 9천630원으로, 올해 최저시급 9천620원보다 10원 많다.
정씨는 또 "이제 마흔인 저도 어깨가 아픈데, 선생님도 아이를 안다가 주사를 맞았다"라며 "업무로 아픈 것이라 산재 처리를 해달라고 해야 하지 않냐고 했는데 그런 것도 아예 없더라"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내년에는 세 자녀면 거의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10%만 본인 부담으로 하는 방향까지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돌보미 김씨는 "아이돌보미 공급이 적기도 하지만, 등·하원 시간에만 이용자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오전 두 시간, 하원 세 시간 식으로 하기엔 선생님들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수입 때문에 관두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2자녀 이상 다자녀가구 대상 아이돌봄서비스의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아이돌보미 국가 자격제도와 민간 아이돌봄 기관 등록제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6월부터는 아이돌보미와 이용자 매칭을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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