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 해도 파는 사람이 없다"... 미국 집값 떠받치는 '저금리'의 역설

조아름 2023. 5. 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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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아무도 팔지 않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발표된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2월·미국 10대 도시 기준)는 310.26으로 8개월 만에 반등했다.

WSJ는 "기존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보유한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집값을 떠받치는 형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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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고금리에 '주택 갈아타기' 미뤄
대부분 30년 고정금리... "3%대 포기 못 해"  
영국도 주택공급 부족이 집값 떠받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 AP 연합뉴스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아무도 팔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주택 시장 상황을 간단히 표현하면 이렇다. 역대급 고금리에 집을 사려는 수요는 꺾였다. 그런데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은 떨어진다는 금융 상식과도, 수요가 줄면 물품값도 하락한다는 일반 상식과도 배치되는 현상이다. 2년 전 '저금리'로 대출을 일으킨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집값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발표된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2월·미국 10대 도시 기준)는 310.26으로 8개월 만에 반등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조사 결과, 지난 3월 주택 판매가격(중간값)은 지난해 동월 대비 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리 인상을 주도한 미국도 지난해 집값이 급락하며 금리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까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았는데도, 일단 가격 하락세엔 제동이 걸렸다. 연준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해 연 5~5.2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WSJ는 "기존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보유한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집값을 떠받치는 형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변동금리 비율이 압도적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주담대의 70% 이상이 30년 고정금리다. 금리 변동과 관계없이 한 번 받은 대출금리가 만기까지 계속 유지된다는 뜻이다. 미 부동산 분석업체 블랙나이트는 "3월 말 현재 미국 주담대의 3분의 2가 연 4%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주담대 금리는 2년 전만 해도 연 3%대 초반 정도였다. 그러나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결과, 지금은 연 6%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연 7%를 웃돌다가 떨어진 게 이 정도다. WSJ는 "저금리를 포기할 수 없는 주택 소유자들이 '갈아타기'를 미루면서 공급 부족을 야기했고, 이 때문에 주택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부동산 거래 플랫폼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봄 이사 철인 지난달 주택 매물은 2019년 4월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새로 나온 매물도 작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영국도 공급 부족 탓에 향후 본격적인 집값 반등이 점쳐지고 있다. 영국 주택 금융기관 네이션와이드는 지난달 영국의 평균 주택가격이 전월 대비 0.5% 상승해 8개월 만에 반등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왕립감정평가사협회(RICS)를 인용해 "주택 공급 부족이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고 임대 비용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과 고물가 등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수요가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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