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영수 할머니, 노환으로 별세

고 양영수 할머니. /사진=뉴시스(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강점기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범 기업으로 끌려가 강제노동을 한 양영수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95세.

11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소송 원고로 나섰던 양영수 할머니가 이날 영면했다.

1929년 광주 동구 금동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양영수 할머니는 1944년 3월 광주대성초등학교 졸업 후 그해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당시 6학년 담임이던 야마모토라는 일본인 선생은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공짜로 할 수 있다. 좋은 학교도 갈 수 있다"며 그를 회유했다.

양 할머니의 오빠 역시 징용으로 끌려가 가정 형편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양 할머니는 '내가 일본에 조금이라도 협력하면 집안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하는 순진한 생각으로 일본행을 택했다.

양 할머니의 일본 생활은 징역과 다를 바 없었다. 비행기에 들어가는 부속품에 종일 국방색 페인트칠을 했지만 변변한 장구류가 지급되지 않아 겨울엔 손이 깨질 듯 시린 고통을 받았다.

생전 양 할머니는 "아침 9시에 출근하면 12시에 점심 먹고 저녁 5시까지 일하고, 일 끝나면 숙소 돌아와 6시에 저녁 식사를 했다. 퇴근하면 제대로 씻지도 못했고 겨우 한 숟가락 먹고 온종일 고된 일에 지쳐 그대로 잠자리에 쓰러져 자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광복 후 겨우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괜히 정신대라면 전부 몸 팔다 온 것으로 취급해 버린다'며 양 할머니는 한동안 일본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고 살았다.

수십 년이 지난 뒤인 2014년 2월 27일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두 번째 소송 원고로 참여했다. 그는 2018년 12월 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1억원을 배상받을 수 있게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 측 상고로 마지막 대법원판결 소식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유족으로는 1녀가 있으며, 빈소는 대구기독병원장례식장이다. 발인은 오는 13일, 장지는 대구명복공원이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