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이 차별받았으면 16억" 흑인 노예 후손에 배상 추진하는 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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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을 사고판 노예제는 미국의 원죄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가 노예 후손에게 1인당 최대 120만 달러(약 16억 원)를 배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금 배상안이 주의회를 통과하면 캘리포니아는 인종차별에 배상을 한 미 최초의 주가 된다.
2021년 일리노이주 에반스턴은 일부 흑인들에게 주택보조금 형태로 1,000만 달러를 배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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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간 부의 격차 줄이는 첫걸음"
1인당 최대 120만 달러…재정부담은 걸림돌
흑인을 사고판 노예제는 미국의 원죄다. 1863년 노예제가 폐지됐지만, 인종차별이란 잔재를 남겼다. 백인들은 1970년대 민권운동을 억누르기 위해 흑인들을 대거 잡아 가뒀고, 피부색을 이유로 금융서비스와 주택 보조금 지급을 제한했다.
인종차별에 따른 구조적 불평등은 켜켜이 쌓였다. 흑인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이 됐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가 노예 후손에게 1인당 최대 120만 달러(약 16억 원)를 배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인종갈등만큼 뜨거운 찬반 논쟁이 지펴졌다.
"노예 후손에 1인당 최대 120만 달러 배상하라"
정치인, 학자, 변호사 등 9명으로 구성된 캘리포니아주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지난 6일(현지시간) 내놓았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이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지시로 TF가 꾸려진 지 약 3년 만이다.
TF는 △흑인 대량 투옥과 과도한 경찰력 행사 △주거 복지 차별 △의료 불평등 등에 따른 누적된 역사적 차별의 비용을 따졌다. 대상은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와 19세기 말 이전 미국에 살았던 자유로운 흑인의 후손이다. 배상금은 조건에 따라 다른데, 조상이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 캘리포니아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등에 따라 최대 120만 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피해 보상 방식으로 학자금이나 주택보조금 지원도 고려됐지만 현금 배상으로 정리됐다.
게리 후버 툴레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종 간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걸음 내딛는 것"이라며 "배상은 부의 대물림을 끝내는 방법"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조사에 따르면 흑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2만4,100달러로, 백인 가구(18만8,200달러)의 8분의 1 수준이다. 백인 가구가 1달러를 벌 때 흑인은 60센트를 번다고 캘리포니아공공정책연구소는 집계했다. 흑인들이 덜 노력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흑인들에게 불리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물론 현금 배상으로 모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TF는 "초기 배상금은 역사적 부조리를 해결하는 과정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재정적 어려움에 찬반 엇갈려
인종차별 피해에 대한 현금 배상이라는 파격적 방식을 두고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TF 논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뉴섬 주지사마저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현금 배상에 정치적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우선 막대한 재정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캘리포니아에는 약 250만 명(6.5%)의 흑인이 산다. 경제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배상금 총액은 5,000억 달러(약 659조 원)를 초과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캘리포니아는 225억 달러의 적자 수렁에 빠져 있다.
인종갈등도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퓨리서치센터의 설문 결과 흑인의 77%는 '노예 후손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아야 한다'고 답한 반면 백인의 80%는 반대했다.
TF의 최종보고서는 오는 7월 1일까지 주의회에 제출된다. 배상에 찬성하는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주의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금 배상안이 주의회를 통과하면 캘리포니아는 인종차별에 배상을 한 미 최초의 주가 된다. 2021년 일리노이주 에반스턴은 일부 흑인들에게 주택보조금 형태로 1,000만 달러를 배상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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