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파키스탄 정국 대혼돈, 유혈 충돌에 군병력 투입
임란 칸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체포되면서 파키스탄 정국이 대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최악인데 나라 곳곳에서 군경과 시위대간 충돌로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등 총체적 난국 양상입니다. 파키스탄군은 치안 유지를 위해 군병력까지 투입했습니다.
칸 전 총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책임국(NAB) 관련 요원들에게 전격 체포됐습니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부터 정권을 이끈 그는 외국 관리에게서 받은 고가 선물을 은닉하고,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혐의를 받아왔었지요.
그가 체포된 뒤 주요 도시를 포함해 파키스탄 전역에서 그를 지지하는 군중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습니다. 시위는 폭력시위로 격화하면서 전국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들은 수도 이슬라마바드, 카라치, 퀘타, 라호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경찰차를 불태우고 군 관련 시설을 공격하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라호르에 있는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사저도 공격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8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파키스탄 군은 내무부의 공식 승인을 받은 후 이슬라마바드, 펀자브주 등 파키스탄 전역에 군 병력을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10일 군 홍보기관인 ISPR는 성명을 통해 "이번 소요 사태는 파키스탄 역사에서 어두운 장(章)을 펼치게 했다"며 "군·국가 시설에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강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칸 전 총리 측은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라 소요 사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오는 10월 총선까지 예정된 상태라 칸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야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 등은 대정부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파키스탄의 모든 정당을 향해 폭력 중단을 요청했다고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밝혔습니다.
파키스탄 정국 혼란은 지난해 4월 칸 전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였지요. 이후 칸 전 총리는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이끌고 시위를 벌여왔었지요.
그는 지난해 11월 유세 도중 총격으로 다리를 다치자 현 정부와 군부가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당국이 이번에 그를 체포하자 파키스탄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이런 파키스탄 정국 상황은 안 그래도 무너져가던 국가 사회·경제 질서에 치명타가 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중국 일대일로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한 대외 부채 문제에 시달리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수렁에 빠졌습니다. 주력인 의류산업 등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경제난 여파로 민생고는 한층 심해졌습니다. 지난 3월에는 카라치의 구호품 배급소에 인파가 쇄도하면서 12명이 깔려 숨졌습니다. 생필품 부족과 단전도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6.4%로 치솟아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3월 기준 외환보유고는 43억달러(약 5조6900억원)에 불과합니다. 이는 약 한달 치 수입액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런 와중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까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2019년 IMF와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지만 구조조정 등 정책 이견으로 인해 전체 지원금 65억달러(약 8조6100억원) 가운데 일부만 받은 상태입니다. 지난해 말 예정됐던 11억8000만달러(약 1조5600억원)의 지급도 보류됐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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