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청신호’에도 국내 공장은 몸살 앓는 타이어업계
안전 문제·여론 눈치에 재가동 ‘미지수’
전소한 대전 2공장, ‘향후 신축도 불투명’
금호타이어 광주공장도 수년째 이전 답보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내 타이어사들이 올해 글로벌 판매량 증가와 원가 부담 완화로 실적 청신호를 예고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핵심 생산시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대전공장 화재로 국내 생산량이 절반가량 줄어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 속에 공장 재가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고 지난 2019년부터 이전을 추진해왔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최근 공장용지 인수와 개발 등의 문제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연산 1900만개)은 충남 금산공장(연산 2100만개)과 함께 국내 타이어 생산 양대 축을 이루는 곳이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포함해 중국과 헝가리, 인도네시아, 미국 등 5개국 8개 공장에서 연간 1억 만개 규모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중 국내 공장이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생산 거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전공장 화재로 국내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대전 공장내 생산 제품의 65%가 수출되고 나머지 35%는 국내 완성차 업계로 공급해 왔다”며 “대전공장 화재로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어 감소한 물량만큼 해외 공장에서 가동률을 높이며 생산량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 1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가도 기존 생산량 대비 절반 안팎에 그칠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불에 탄 대전 2공장은 철거 이후에도 해당 자리에 공장을 새로 짓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 배출 등으로 지역사회에 커다란 피해를 안기면서 대전 지역 정치권 내에서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여론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이러한 여론 탓에 불에 탄 대전 2공장 부지에 타이어 생산 시설을 다시 짓기보다 해외 공장에 라인을 증설해 글로벌 생산량을 대체하고 해당 부지에는 물류센터를 지어 활용하는 방안 등 여러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장을 새로 짓기 위해 거쳐어 하는 행정당국의 각종 인허가를 비롯해 비용과 시간투자가 상당해 신축 안을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도 수년째 답보상태에 있는 광주공장 이전을 놓고 골머리를 앓긴 마찬가지다. 연간 16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광주공장은 금호타이어 국내 전체 생산량 2800만개(광주·곡성·평택공장 합계) 중 57%를 차지하고 있는 생산거점이다. 국내 최다 생산 시설이지만 1974년에 지어져 설비 노후화로 인한 가동률 저하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9년부터 광주공장을 전라남도 함평 빛그린 산업단지로 옮기기 위해 공장 부지를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하기로 하고 이전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이전 부지의 계약 보증금을 납부하면서 이전 사업이 가시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사업 추진 주체인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광주공장 부지의 개발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리고 발을 빼면서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현재 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땅을 아파트나 상가 등으로 개발할 수 있는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사업성을 높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하지만 절차상 문제로 막혀 있다. 공장 부지 용도변경 권한이 있는 광주시가 관련법상 ‘공장 선 이전 후 용도 변경’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이로 인해 매각대금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려던 금호타이어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사업주체 또한 용도변경 전에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조만간 공고를 내고 사업 추진 업체를 재선정할 계획이지만, 국내외 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새로운 업체가 나설지는 미지수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공장 부지 개발에 관심을 가진 다수의 신규 매수인 후보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적정 매수자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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