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안된 상품 박스 뜯어 키오스크 30번 ‘콕콕’…무인점포 양심 어린이 ‘훈훈’

카드 개수를 정확히 세고 일일이 터치해 수십 장을 계산한 어린이. 결제를 마친 후 계산을 위해 집어 든 카드는 제자리에 돌려놨다. [사진 = MBC 뉴스 갈무리]

최근 광주의 한 무인점포에서 주전부리를 훔쳐먹은 초등학생들의 사진과 신상을 공개한 피해 업주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충북 충주에서 한 어린이가 상자째 사고 싶은 물건에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자 낱개 가격을 수십 번이나 찍어가며 제값을 다 내고 간 영상이 공개돼 훈훈함을 주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무인점포를 찾은 어린이 두 명 중 한 아이가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 카드 한 상자를 쥐어 들었다. 그런데 이 상자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가게 주인은 상자째 사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상품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진열만 해 놓았던 것인데, 아이는 개봉된 다른 상자에 카드가 전부 몇 개 들어있나 일일이 세보더니 그중 한 개를 들고 계산대로 가 키오스크 화면을 계속 눌러댔다.

30개 들이 한 상자를 사 가려고 수량에 맞춰 낱개 가격을 서른 번 연속 찍은 것이다. 계산에 썼던 낱개 제품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당시 이곳 점포를 함께 찾은 또 다른 친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드 개수를 정확히 세고 일일이 터치해 수십 장을 계산한 어린이 모습 [영상 = MBC 뉴스 갈무리]

무인점포 점주 이우림씨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 동안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유명 캐릭터 카드를 사간 아이들의 CCTV를 공개했다.

5일에 가게로 들어온 한 어린이는 캐릭터 카드 2상자, 낱개로 총 60장을 집어 들었다. 이 어린이는 키오스크에 신용카드를 꽂고 결제하는 척하다가 ‘결제’가 아닌 ‘취소’버튼을 눌렀다. 아이는 그렇게 5만원어치의 카드를 옷에다 감추고 태연히 가게를 떠났다.

이씨는 CCTV를 확인했지만 어린아이라 신고를 하지 않았다.

키오스크를 서른번 눌러 결제를 마친 이들 학생이 이 무인점포를 찾은 것은 도난 피해 하루 뒤인 지난 6일. 3년 남짓 무인점포를 운영해오면서 절도 사건만 수십 건을 겪은 이씨는 CCTV를 확인하고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지만 양심적인 아이가 기특해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키오스크 열쇠를 아예 부러뜨리고 가져간 남녀 커플도 있었고, 마스크 위로 눈만 내놓고 장갑까지 끼고 훔쳐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도난 피해에 한숨을 쉬었지만, 정직하게 계산을 하고 간 아이의 행동에 “어른들도 부끄러움을 느끼면 좋겠다”며 “인성이 그런 애는 앞으로 뭘 해도 잘할 것 같다. 오면 선물 하나 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