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1분기 미수금 3조원 증가…누적 11.6조원(종합)
1분기 LNG값 하락에 부채비율은 소폭 줄어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정부의 가격통제 아래 30여 도시가스 공급기업으로부터 받지 못한 민수(도시가스)용 미수금이 올 1분기에만 3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미수금이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60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가스공사의 재무 부담도 커지게 됐다.
다만,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490%로 작년 말 500%에서 10%포인트 내렸다. 올 들어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시세가 안정화하며 LNG 국내 도입을 위한 비용 부담이 줄어든 덕분이다.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전국 30여 도시가스 공급기업에 LNG를 공급할 땐 회계상 법적으로 정해진 ‘원가 반영 요금’을 받지만, 실제론 정부의 승인을 받은 요금만 받고 나머지는 미수금으로 남겨두고 있다. 가스공사는 추후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통해 이를 거둬들일 수 있지만,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구조상 회수 시점이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고, 그때까진 채권(가스공사채) 발행 등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가스공사로선 영업이익이 있더라도 미수금이 쌓이면 재무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 2012년 국제유가 급등 때 약 5조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는데 이를 모두 회수하는 데 약 5년이 걸린 바 있다.
가스공사는 연 4000만t에 이르는 국내 LNG 수요의 약 80%, 특히 전체 공급량의 절반에 이르는 민수(도시가스)용 LNG을 100% 공급하고 있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올 1분기 미수금 추가 발생을 막고자 작년 연말에도 요금 인상을 검토했으나 겨울철 서민 난방비 부담 우려에 동결했다. 올 2분기 요금 조정도 당정의 논의 아래 아직 결정을 내지 못한 상태다.
가스공사의 1분기 매출은 17조929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8.3% 늘었다. 판매 물량은 7.8% 줄었으나 원가에 연동해 국내 도시가스 및 발전용 천연가스 국내 판매 가격이 오르며 매출이 증가했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LNG 국제시세 급등에 대응해 지난 1년 간 도시가스용 LNG 공급단가를 약 40% 올린 바 있다. 다만, 미수금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이중 약 3조원은 실제론 발생하지 않은 회계상의 매출 증가다. 또 호주 프릴루드 사업 등 해외 LNG 생산 사업에서도 매출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84억원으로 전년보다 35.5% 줄었다. 해외사업 영업이익(1045억원)은 호주 프릴루드 사업의 흑자전환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123%↑)했으나, 국내 공급비용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감소했다. 이 기간 가스공사가 발전용 원료(천연가스)비를 정산하며 3418억원 영업익 감소 효과가 발생했다. 또 해외사업 배당수익 568억원도 국내 공급비용 부담 완화에 사용했다. 가스공사는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속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요금 지원 대상과 지원액을 대폭 늘린 바 있다.
영업익 감소와 함께 당기순이익도 큰 폭 줄었다. 전년보다 81.1% 줄어든 1394억원이었다. 미수금 급증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단기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가스공사의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부채/자본)은 500%에서 490%로 소폭(10%포인트) 줄었다. 미수금에 따른 채권 발행 부담은 늘었으나 올 들어 국제 LNG 가격이 하향 안정하며 운전자금, 즉 LNG 수입 비용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가스공사의 부채총계는 작년 말 기준 52조원(자본 10조4000억원)으로 많고, 부채비율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년 동안에만 부채가 17조4000억원 늘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수익을 극대화하는 등 (5년에 걸친) 14조원 규모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해 국민 부담을 완화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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