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검사비 지원 유지… “아프면 쉬는 문화 정착 독려” [코로나 엔데믹 선언]

송민섭 2023. 5. 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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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지나
확진자 격리 ‘5일 권고’로 전환
재유행·심각한 변이 가능성 낮아
정부 “안정적 일상 유지에 최선”
매일 신규 확진 2만명 안팎 발생
일각 “때이른 엔데믹 선언” 시각
정부의 11일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방안은 국내외 감염병 위험도 하락 및 높은 면역수준, 충분한 의료대응 역량 등을 감안한 결정이다. 최근 주간치명률이 0.07%로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수준까지 떨어졌고 백신 접종 및 확진에 따른 항체형성 등으로 어느 정도 집단면역이 이뤄졌으며 중환자 병상 등 의료대응역량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명을 오르내리고 있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다소 때 이른 ‘엔데믹’ 선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위원들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전염병 대유행 기간 방역 최전선에서 활약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보건 의료진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재문 기자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를 현재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겠다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결정은 팬데믹 극복을 위한 방역조치를 의무에서 자율기조로 전환해 엔데믹으로의 신속하고도 안전한 이행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확진자에게 부과하던 7일간의 격리 의무를 5일 권고로 전환하고, 의원·약국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확진돼 자율 격리한 학생들의 결석은 의사 진단이 있을 경우 출석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은 학교를 포함해 모든 국가기관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교 방역지침 개정을 논의해 일선 학교에 안내할 방침이다.

정부는 하지만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과 긴급치료병상 등 의료대응체계와 백신접종·검사비·치료비 지원 등은 현행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피해 최소화와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지난 3년 넘게 의료·고용·경제·산업 등 사회 각 분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며 “코로나19로 국민께서 잃어버린 소중한 일상을 조기 회복함과 동시에 향후 발생할지 모를 감염병에도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역기조가 자율로 전환한다고 해서 코로나19의 위험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1주일에 1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지난 한 달간 희생된 코로나19 환자는 240명에 달한다. 격리 의무를 권고로 전환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확진되면 7일간 격리치료했던 방역조치가 권고로 바뀔 경우 정부는 ‘아프면 쉬는 문화 정착’을 위해 기관별 지침 마련과 시행을 적극 독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몸이 아파도 회사 등에 눈치가 보여 쉴 수 없다는 직장인들이 상당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범부처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각 사업장에서도 유급휴가나 재택근무를 제도화해서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라고만 말했다.

정부는 이번 완화 조치 등으로 재유행이나 심각한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지 청장은 “심각한 변이가 발생할 위험성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장은 그런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높은 편이고 진단이나 변이주 분석 능력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만 유난히 다른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김남중 서울대병원(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며 “의료적으로 중환자실 여력도 있고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5월이 시작되면서 병원마다 코로나19 원내 발생이 속출하고 있다”며 “엔데믹 상황에서도 의료기관, 장기요양시설, 사회복지시설의 취약성은 여전하다.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서 집단발병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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