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마리아와 알라가 한공간에 '아야 소피아'…명소마다 '믹스매치'

이주현 2023. 5. 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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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기독교·이슬람 공존 이스탄불 만나다
과거 동로마·오스만제국의 수도로
여러 문화 어우러진 유럽 최대 도시
원형돔과 첨탑의 기묘한 조화 이뤄
박해받던 기독교인이 지하에 지은
'데린쿠유' '카이마클리' 경이로워
남북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열기구서 본 고원 '카파도키아' 황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이슬람 사원(모스크)인 아야 소피아 내부. 그리스정교 형식으로 구성된 대성당 내부에 회벽과 코란 문구가 적힌 원판이 공존하고 있다. 이 건물은 1935년부터 박물관으로 쓰이다가 2020년 이슬람 사원으로 다시 바뀌었다. /이주현 기자


2023년 세계 최대 도시는 어디일까. 뉴욕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세기에는 런던이, 절대왕정이 절정이던 17세기에는 파리가 그랬다.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은 이들보다 더 오래 세계 최대 도시 반열에 들었던 ‘도시 중의 도시’다.

여전히 유럽 최대 규모 인구를 자랑하는 이스탄불에 1453년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이곳을 수도로 삼은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이 아나톨리아 반도의 신생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튀르크에 멸망한 것이다. 오스만튀르크는 당시에도 천년 고도였던 이곳을 함락하자마자 자신들의 새 수도로 삼았다. 그 덕분에 이스탄불은 중세 기독교 문화와 근대 이슬람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는 대도시가 됐다.

문화의 경계 - 예배당이 메카를 향하는 곳

도시 곳곳에 솟아오른 첨탑과 원형 돔은 이스탄불의 상징과도 같다. 로마의 원형 돔 성당에 이슬람 양식의 첨탑이 곁들여지면서 이 도시만의 독특한 풍경이 탄생했다. 구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아야 소피아는 537년 기독교 대성당으로 완공돼 오스만튀르크 치세에선 이슬람 성당으로 쓰였다. 아야 소피아에 들어선 사람은 직경 30m가 넘는 원형 돔의 풍경에 압도당한다. 성경 속 성모마리아와 천사를 묘사한 그림과 이슬람 유일신 ‘알라’를 뜻하는 글귀가 한공간에 어우러진 모습은 두 종교가 맞댄 경계가 어떠할지를 보여준다.

이슬람 사원의 멋에 더 심취하고 싶다면 다른 모스크도 있다. 1557년 완공된 쉴레이마니예 모스크는 아야 소피아보다 구조적 완결성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해안가 언덕에 자리해 바다를 끼고 있는 풍경이 매혹적이다.

대륙의 경계 - 한눈엔 유럽, 한눈엔 아시아

이스탄불은 그 어느 도시보다 공간의 경계가 뚜렷한 도시다. 보스포루스 해협이 서울의 한강처럼 이 도시를 남북으로 가르고 있어서다. 이 해협은 곧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가 된다. 도시 내부에서도 유럽과 아시아가 얼기설기 얽혀 있는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오스만튀르크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시장인 ‘그랜드 바자르’에는 실크로드를 누비던 이슬람 상인들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터키 전통 디저트인 로쿰은 이 시장의 대표 요깃거리. 15세기 술탄을 위해 만들어진 이 디저트는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호두, 딸기, 살구, 커피, 초콜릿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관광객의 입과 눈 모두를 즐겁게 한다.

이스탄불의 전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구도심에 솟아 있는 갈라타 탑에 오를 때다. 14세기 이곳에 식민지를 뒀던 이탈리아의 제노바인들이 세운 이 탑에 오르면 보스포루스 해협과 아야 소피아는 물론 아시아에 자리 잡은 신식 건물인 높이 369m의 캄리카 타워도 조망할 수 있다. 중세, 근대, 현대, 그리고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순간이다.

자연의 경계 - ‘스타워즈의 땅’에 문명의 흔적

아나톨리아 반도에 가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맘껏 빠질 수 있다. 이 반도의 중부에 자리 잡은 고원인 카파도키아가 그렇다. 화산 지대인 이곳은 오랜 기간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버섯 모양의 바위기둥들이 솟아 있는 지금의 모습이 됐다. 각기 다른 암질로 겹겹이 쌓인 바위들이 울퉁불퉁 서 있는 풍경은 영화 ‘스타워즈’의 외계 행성 디자인에 영감을 줬을 정도로 독특하다. 새벽녘에는 상공 500m까지 올라가는 열기구에 의지해 이 고원을 체험할 수 있다. 카파도키아는 땅속에서도 자신들을 누릴 기회를 허한다. 이 고원 곳곳엔 로마 시대 때 박해받은 기독교인이 숨어 살던 동굴들이 지하도시를 이룬 채 흩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최대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85m 깊이의 데린쿠유와 기원전 7~8세기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카이마클리 두 곳이 유명하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동굴에서 칩거한 고대인들의 흔적을 손으로 매만질 때면 이 도시의 비좁은 통로와 낮은 층고가 주는 불편함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견뎌야 할 거룩함이 된다.

카이세리=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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