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옷·향수·가구를 넘어…맛으로 즐기는 루이비통

한경제 2023. 5. 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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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런던 미쉐린 '이코이'와 서울서 3번째 팝업 레스토랑
총괄 셰프 제러미 찬
중국·캐나다 혼혈로
어려서 다양한 문화 접해
유럽·아프리카·아시아의
향신료 입힌 메뉴 개발
한달치 예약 모두 마감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at 루이비통’이 청담동에 있는 메종서울 4층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운영된다. 평소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던 이곳에서는 루이비통이 지난 4월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새로 선보인 컬렉션의 일부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루이비통 제공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식탁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즐거움을 위해 음식을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우리에게 먹는다는 것은 영양 보충 그 이상의 가치다.

맛있는 음식을 우리말에선 아름다운 음식, 미식(美食)이라고 부른다. 미(美)에는 즐거움, 맛있음, 풍성함 등의 의미가 담겨있다. 서양어권에서 ‘맛있다’라는 단어는 라틴어 delicio(유혹하다)에서 파생했다. 영어(delicious) 프랑스어(dlicieux) 스페인어(delicioso) 이탈리아어(delizioso)가 다 그렇다. 서양인에게 맛있는 음식이란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본능적으로 인간을 유혹하기도 하는 것이다.


명품업계가 미식으로 우릴 유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방식으로 ‘미식 본능’을 건드린다. 루이비통이 지난해 ‘피에르 상 at 루이비통’과 ‘알랭 파사르 at 루이비통’에 이어 올해 한국에 세 번째로 연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at 루이비통’을 찾았다. 청담동 메종서울 4층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열리는 이 팝업은 올해도 예약 전쟁이 치열했다. 캐치테이블 앱을 통해 예약 시작과 동시에 한 달 치 점심과 저녁 코스 신청이 마감됐다.

여행 예술을 요리에 녹여

루이비통이 협업한 곳은 영국 런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이코이’다. 영국 식재료에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의 각종 향신료를 더해 독특한 메뉴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제러미 찬(사진)과 그의 친구 이레 하산 오두칼레가 2017년 공동 창업했다.

중국인 아버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영국과 홍콩에서 자란 제러미 찬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 덕분에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평소 다양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비교문학이란 두 개 이상의 언어, 문화 혹은 국가 간의 문학을 동시에 다루는 학문이다. 그의 동료 하산 오두칼레는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일본 중국 한국 폴란드 등 여러 국적의 수셰프(부주방장)와 일했다. 공동 창업자 둘의 삶 속에 다양한 문화가 녹아 있는 셈이다.

제러미 찬은 이번 팝업 레스토랑에서 다채로운 우리나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들을 내놨다. 두릅과 주꾸미, 배와 칠리파우더, 한우와 나이지리아식 소스 등 요리 안에서 문화 간 융합을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루이비통의 브랜드 철학인 ‘여행 예술’이 요리에 녹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

향신료로 표현한 다양성

독특한 향신료를 사용한 음식이 코스 내내 이어졌다. 한우 스테이크는 매콤한 나이지리아식 소스와 함께 나왔고 후식으로 준비된 한국식 배에는 칠리파우더가 뿌려져 있었다. 튀밥을 곁들인 아이스크림에는 더덕주로 만든 캐러멜을 얹었다. 제러미 찬은 “나는 평소 감정 표현이 서툴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향신료를 쓴다”며 “사람들이 향을 즐기며 ‘맛있다’ ‘기쁘다’는 표현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가 런치 코스에서 가장 신경 쓴 요리는 ‘두릅과 구운 고구마를 곁들인 주꾸미 구이’다. 그는 “이코이가 선정한 한국 채소인 두릅과 해산물인 주꾸미를 조화롭게 선보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두릅은 쌈장을 활용해 요리했고 고구마·버섯 소스로 두릅과 주꾸미의 조화를 이뤄냈다. 이코이는 올해 한식 파인다이닝 대표주자인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팀과도 협업하며 한국의 식재료를 꽤 오랜 시간 연구했다. 그 공력이 코스마다 녹아들었다.

인테리어 콘셉트는 미니멀리즘

평소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루이비통 메종서울 4층은 팝업 레스토랑이 열릴 때마다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미식 경험을 더 특별하게 끌어올리는 요소로 인테리어가 큰 역할을 한다. 피에르 상 때는 천장에 샹들리에처럼 늘어뜨린 1만3899개의 모노그램 꽃송이가 공간에 화려함을 더했고, 벽면에는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배치해 한국과 프랑스의 연결을 표현했다. 알랭 파사르 때는 식당 곳곳에 푸른 식물을 둬 마치 정원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따뜻한 색감으로 꾸몄다. 바닥과 천장을 촘촘하게 잇는 유려한 곡선의 우드톤 장식, 나뭇결무늬와 비슷한 대리석 식탁 상판과 짙은 주황의 의자들, 샛노란 냅킨까지 ‘톤 온 톤’ 배치 덕에 눈이 편안했다. 미니멀한 레스토랑 인테리어의 포인트는 천장의 모빌이다. 스위스 출신 디자이너 그룹인 ‘아틀리에 오이’가 중남미에 서식하는 새 ‘케트살’의 깃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청색 녹색 홍색으로 구성돼 우리나라의 단청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독특한 모양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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