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착각에 빠진 도시·부동산 정책

김충제 2023. 5.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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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도시·부동산 정책은 '도시성장 패러다임'의 착각 속에 빠져 있다.

'도시성장 패러다임'이란 도시의 인구와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현상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도 일시적 등락은 있었지만 결국 상승하는 경험을 통해서 '도시성장 패러다임'이 주된 인식 체계로 자리 잡았다.

정치권과 정책입안자들의 '도시성장 패러다임'에 관한 전향적 인식전환과 기존 패러다임에 의해 수립된 도시·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면밀한 재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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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도시·부동산 정책은 '도시성장 패러다임'의 착각 속에 빠져 있다. '도시성장 패러다임'이란 도시의 인구와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현상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한국의 인구는 1960년 2500만명에서 2020년 5140만명으로 성장했고, 도시화율은 1960년 39.1%에서 2020년 91.8%로 도시인구가 지속 성장했다. 경제도 일시적 등락은 있었지만 결국 상승하는 경험을 통해서 '도시성장 패러다임'이 주된 인식 체계로 자리 잡았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인식 체계나 틀'을 뜻한다. 그런데 세상에 대한 기본전제가 바뀌면 기존 인식 체계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이 되풀이되는 '패러다임 전환' 시기가 온다. 이때 전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존 패러다임에 의한 관습적 사고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인구구조와 소비흐름 변화에 기반을 둔 경제예측 전문가인 헨리 덴트는 한국에 관한 경제예측서인 '2018 인구절벽이 온다'라는 책을 2015년에 썼다. 요약하면 한국은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데 이는 주 소비계층과 노동계층이 사라짐을 의미하고, 이어 전체 인구 감소가 나타나게 된다. 실제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전체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후 몇 년 안에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의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소비흐름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앞으로 닥칠 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미분양주택이 8만호를 넘어서고, 특정 광역시에는 전국 미분양주택의 25% 이상이 몰려 있다. 결정적 원인은 지자체와 개발사업자의 사업성을 높이고자 용적률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렸지만, 청년인구 감소로 주택 수요는 줄었기 때문이다. 용적률 완화로 사업성을 높이려는 의사결정은 인구 팽창기에는 맞는 정책이지만, 인구 감소기에는 잘못된 의사결정이었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우리 사회는 기존 틀에 따른 관습적 사고를 반복하고 있다. 예컨대 대부분 도시에서 남발하는 고밀복합지구의 용적률 완화, 아직도 진행되는 지방 중소도시 외곽 택지개발사업 등은 물론이고 중앙정부 정책 중에는 2018~2020년 일시적 초과수요 시기(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부머 세대의 독립 시기)에 수립된 전국 80만호, 수도권 50만호(3기 신도시) 공급, 1기 신도시 재건축 시 용적률을 500%까지 완화하는 정책 등은 전형적인 '도시성장 패러다임'의 착각에 빠진 잘못된 정책이다. 용적률이 기존 용적률의 2배 정도 증가하면 세대수는 대략 2.5배 증가, 계획인구 39만명인 분당은 약 100만명의 도시가 된다. 수도권의 기존 1기 신도시 5개와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5개의 추가적인 주택수요를 어디서 끌어올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우리 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자인 정치권과 정책입안자들의 관습적 사고로 인해 수립된 잘못된 정책은 우리 사회에 큰 악영향을 남기게 된다. 정치권과 정책입안자들의 '도시성장 패러다임'에 관한 전향적 인식전환과 기존 패러다임에 의해 수립된 도시·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면밀한 재성찰이 요구된다.

구자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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