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 부족·인력난·파업에…전국 아파트 580곳 "입주 늦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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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 현장의 절반 가까이가 준공이 최소 1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시멘트뿐만 아니라 주요 자재가 모두 공급 지연을 겪었다"며 "비싼 값을 준다고 해도 수급이 어려웠던 게 공기 연장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자재 수급난과 비용 상승에 더해 입주 지연으로 인한 보상금 지급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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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절반이 공사 차질
서초 트리니원 6개월 지연
원자재값 상승 떠안은데다
금융비용 눈덩이처럼 커져
'지체 배상금' 지급도 걱정
대형 건설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 현장의 절반 가까이가 준공이 최소 1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후 화물연대와 건설노동조합의 파업,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갈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린 결과다. 준공 지연에 따른 입주난으로 전·월세 계약과 기존 주택 처분 등에 차질을 빚는 건 물론 건설사와 입주민 간 무더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현장 절반가량이 공사 지연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의 전국 1200여 개 아파트 현장 중 절반에 달하는 580여 곳의 공사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래미안트리니원(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건설사와 협상해 공사 기간을 기존 34개월에서 40개월로 연장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역시 최초 계약한 공사 기간은 37개월이었지만 3개월 더 늘어났다. 관악구 ‘봉천 4-1-2 재개발’ 사업은 4개월 공기 연장을 두고 조합 내 다툼이 길어지는 사이 공사비 상승까지 떠안게 됐다. 내년 2월로 계획돼 있던 인천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1525가구)의 입주 예정일은 내년 5월로 조정됐다.
지방 단지에서도 공기가 늘어 준공 지연이 현실화하고 있다. 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부산 대연3구역 재개발 조합과 공사 기간을 기존보다 11개월 늘리기로 합의했다. 울산 KCC스위첸웰츠타워2단지도 분양 당시 지난 4월을 입주 예정일로 제시했지만, 최근 3개월 뒤인 7월로 연기했다.
충북 KTX오송역대광로제비앙, 충남 아산삼부르네상스더힐 등도 입주 예정자에게 입주 연기를 통보한 상태다. 광주 동구 무등산한국아델리움더힐1단지는 3월 수분양자들에게 15개월 입주 지연을 통보했다. 전남 여수 중해마루힐아너스 역시 2022년 10월 한 차례 입주일을 늦춰 올해 4월 입주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공사가 늦어지면서 오는 6월로 연기됐다. 입주 예정자들은 “두 번이나 입주가 지연돼 이사를 다시 하게 됐다”며 집단 소송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건설사, 수익성 타격에 ‘배상금 폭탄’까지
건설사는 지난해 반복된 자재 수급 대란과 파업 등으로 공기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시멘트뿐만 아니라 주요 자재가 모두 공급 지연을 겪었다”며 “비싼 값을 준다고 해도 수급이 어려웠던 게 공기 연장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1로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20년 1월(118.30)과 비교하면 3년 새 자재 가격만 27.73% 올랐다. 현장에서는 인력난도 공기 지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건설사들은 자재 수급난과 비용 상승에 더해 입주 지연으로 인한 보상금 지급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건설사는 입주자 모집 공고에 적힌 입주 예정일을 맞추지 못하면 입주금에 연체 이자율을 적용한 배상금을 줘야 한다. 연체 이자율은 연평균 5%에 달해 건설사로선 적자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사의 귀책으로 준공이 3개월 초과해 늦어지면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공기는 건설사의 자존심이기도 하지만 회사 생존과도 직결된다”며 “각종 대책에도 지체상금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생겨 난감하다”고 했다.
유오상/김은정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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