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밖 5·18 희생자’ 고 임기윤 목사 사망 ‘국가 책임’ 묻는다

시민단체·유가족, 국가 손배소송 추진

순교자 임기윤목사 국가배상 추진위원회가 11일 오전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상대로 임 목사의 죽음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순교자 임기윤목사 국가배상 추진위원회 제공.

시민단체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경찰 조사를 받다가 숨진 임기윤 목사의 유가족들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한다.

‘순교자 임기윤 목사 국가배상 추진위원회(추진위)’는 11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회견 열고 60억원 규모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화 인사로 분류됐던 임 목사는 1980년 7월 보안사 부산분실에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던 중 사흘 만에 쓰러져 사망했다. 당시 보안사는 임 목사가 지병인 고혈압이 악화돼 뇌졸중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0년 임 목사가 “조사과정에서 담당수사관의 모욕적 언사와 격한 언쟁 등으로 지병인 고혈압이 순간적으로 악화해 사망했다”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사망한 경우로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유가족들은 임 목사가 고혈압 등 지병을 앓지 않았으며,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2022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추진위는 “5·18국립묘지에 누워있는 그의 죽음은 아직도 의문사이며 그의 가족은 43년간 고통의 세월을 지내왔다”며 “국가폭력을 행사한 국가는 가족에게 반성과 이에 합당한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5·18 정신적 피해 배상 소송에서 구금 일수 기준으로만 배상액이 선고돼 실질적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인권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국가배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유족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며 2세대로 대물림되고 있다. 국가배상에는 유족의 43년간의 정신적 피해뿐 아니라 가족갈등과 해체, 사회적 낙인 등 헤아릴 수 없는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임 목사의 아들 임정현씨는 “부친의 사인이 병사에서 의문사로 가는 데 20년이 걸렸고, 다시 20년이 지난 후에야 제대로 된 죽음의 원인을 조사하기에 이르렀다”며 “부친의 진실과 그 이후의 고통이 정당하게 평가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들은 조만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임 목사에 대한 기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