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이라는 새로운 상식, 아십니까?[K비즈니스 가이드]

김영우 2023. 5.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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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출처=셔터스톡)

참고: 주목해야 할 수출유망국 9 (2023. 04. 01, KOTRA)

요약: 우리나라 무역 적자가 13개월째 지속 중인 가운데, 수출 상위 5개국(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 일본) 중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수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됨. 따라서 향후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와 같은 신흥 제조 강국, UAE, 호주, 캐나다와 같은 자원 부국,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은 지속 성장국으로 수출 다변화를 고려할 시기임

[IT동아 김영우 기자] 한 국가의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는 소득 수준, 면적, 인터넷 보급률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인구’입니다. 어찌되었건 사람의 수가 많다면 그만큼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 만한 기회 역시 많다는 의미이니까요.

그렇다면 인구 수 면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중국’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중국 인구는 10억명을 돌파했으며, 이후 수 십년 동안 인구 수 1위 국가의 지위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인구=중국’이라는 공식은 상식 중의 상식이었죠.

하지만 이제 이런 상식은 깨졌습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지난 달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도의 인구는 14억 2,86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작년 14억 2,333만명에서 500만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부동의 인구 대국이었던 중국(14억 2,570만명)을 능가하는 수준이지요. 이는 인도가 향후 중국 못지 않은, 혹은 그 이상의 가능성을 가진 큰 시장이라는 의미입니다.

(출처=KOTRA)

경제지표 역시 흥미롭습니다. 참고로 2022년 기준으로 인도의 국민총생산(GDP)은 3조 3,864억 달러로, 세계 5위의 경제대국입니다. 이는 한때 인도를 식민지로 거느리던 영국보다도 높은 수치지요. GDP 성장률은 2023년 5.9%로 예상되는데, 이는 G20 국가 중 최고 수준입니다.

다만, 인도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단지 인구 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앞서 소개한 KOTRA의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밖에도 많은 매력을 가진 시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위 보고서에서 인도를 ‘신흥 제조 강국’이라고 규정한 점에 주목할 만합니다.

실제로 현재 인도의 제조업은 이미 상당한 규모입니다. 대표적인 제조업인 자동차 분야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인도는 이륜차 생산∙수출∙소비 부문에서 모두 1위, 세계 버스 생산 대수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외에 대형 상용차 생산(3위), 승용차 생산(4위), 일반 상용차 생산(7위) 부문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요. 2021년 인도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440만대에 이르는데, 이는 세계 4위 수준입니다.

인도 첸나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출처=현대자동차)

더 흥미로운 건 이렇게 이미 상당한 규모인 인도 제조업이 아직도 한창 성장하는 중이라는 점입니다. 세계 전체의 자동차 생산대수가 크게 줄어든 2022년, 인도의 자동차 생산 대수 역시 425만대로 전년도보다 약간 줄어 들긴 했지만 순위 면에서는 일본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습니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급속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인도를 주목할 만합니다. 인도는 극심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도 정부는 탈 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생산 전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전기차 제조 및 도입 촉진을 위한 약 2,600억 루피(약 31억 3,700만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관련 업계에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기준 42만 4,000대 규모(사륜차 기준)인 인도 전기차 시장을 오는 2030년까지 100~140만대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죠.

자동차 외에 IT(정보통신) 관련 부문 역시 인도 시장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인도에서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8.1억명에 달하며 그 중 70%인 5.9억명 정도가 스마트폰 사용자입니다. 그리고 같은 해 1.7억대의 스마트폰이 출하되었는데, 이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이죠. 인도 전체의 인구수를 생각한다면 아직도 많은 스마트폰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인도 뉴델리에 개장한 ‘삼성 익스프리언스 스토어’ (출처=삼성전자)

인도 정부 역시 이렇게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IT 시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1년 말에 120억 달러 규모의 산업 지원책을 발표, 향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분야에 투자하는 업체에게 투자 비용의 50%까지 지원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인도의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물론 자국 기업의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과정, 그리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품을 수입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의 경우, 카메라를 구성하기 위한 렌즈나 이미지 센서, 혹은 모듈을 비롯한 상당수 핵심 부품은 인도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아 수입이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인도 제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해외 기업들 역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수혜자가 꼭 대한민국 기업일 수는 없다는 점이죠. 특히 최근 중국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 시장의 상황은 좀 특수합니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을 비롯한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어 인도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은 편입니다. 인도 정부 역시 자국에 진출한 중국 자본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곤 합니다. 이를테면 인도 정부는 5G 통신망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업체를 배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2년 4분기에 삼성전자는 샤오미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탈환했지요.

자동차나 IT 시장 외의 소비재 및 콘텐츠 시장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인도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인도인들의 구매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한층 다양하고 고급화된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인도 가전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LG전자는 올해 초 인도 현지 공장에 프리미엄급 제품인 양문형 냉장고의 생산 라인을 증설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주요 인물로 출연한 인도인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 (출처=넷플릭스)

또한 ‘오징어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K드라마, ‘블랙핑크’ 등의 K팝을 즐기는 한류 팬의 규모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인도 시장에서 대한민국 기업은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다는 의미죠.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인도 시장에 무조건 장밋빛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통신, 철도,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가 낙후된 곳이 많은데다, 노동 인력의 숙련도 역시 높지 않아 만족스러운 투자 성과를 거두려면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각종 법령 및 제도가 복잡한데다 지역 네트워크나 가족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인도 사회의 특성 상, 외국 기업이 활동하기에 까다롭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도는 가장 주목할 만한 시장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동의하는 사항입니다.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는 대한민국 기업인이라면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길 바랍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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