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과 창작, 전통 모두 섭렵해 관객 웃고 울린…경기시나위 '소리봄'

정자연 기자 2023. 5. 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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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연습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민요(성악)팀 ‘소리봄’.  맨 첫 번째부터 강권순 악장과 하지아·박진하·함영선·심현경 단원. 

 

‘이토록 즐겁고 흥겹고 재밌고 매력넘치는 민요팀이라니, 놀랍다’, ‘한 번 만에 끝나선 안 된다. 순회공연 가자.’, ‘우리가락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면서도 대중에게 친근한 진정한 예술가들’…. 

지난 달 22일 경기국악원에서 열린 ‘시나위 악보가게Ⅰ-민요연습실’ 공연이 끝난 후 경기아트센터 누리집 등 리뷰란에는 이러한 문장이 쏟아졌다. ‘민요연습실’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악장과 네 명의 민요(성악)팀에 관한 이야기를 올린 공연이다. 

“민요팀 소리봄의 재발견”이라지만, 사실 민요팀은 경기도 행사 섭외 1순위로 입소문이 났다. 경기도민에게는 마을 곳곳에서, 양로원에서, 시장에서 삶의 고단함을 민요로 녹여주고, 구수한 입솜씨로 기운을 복돋아줬다. 음악적으론 즉흥과 창작, 전통 등 소리를 모두 섭렵해 가며 시나위오케스트라를 빛내고 있다.

“몇 시 공연 보셨어요? 3시? 아우, 그땐 우리 목이 덜 풀렸었던 것 같애. 6시는 장난 아니었는데.” 

지난 8일 경기도국악원 민요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차분한 차림과 고상해 보이는 의상과 옷 매무새 속 감출 수 없는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당시 공연은 서로 매일 부딪히며 공연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인 민요연습실에 관한 이야기를 경기민요 선율에 얹어 많은 이들의 웃음과 울음을 끌어냈다.

강권순 악장은 “솔직한 직장생활을 이야기 하기 쉽지 않은데 선·후배 위계질서가 엄격한 직장생활의 애환을 끄집어 내 음악적으로 소화해 내어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며 “이걸 만들어내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한껏 풀어내서 인지 다들 표정들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올해로 입단 26년째인 최고참 박진하 상임단원은 그동안 민요를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민요를 마음껏 보여드리게 돼 개인적으로 감사한 공연이었단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전통민요만 부르다가 마무리 하고 가겠다’ 싶었는데, 원일 감독이 오면서 다양한 시도와 색다른 음악도 하게 되어 감사했어요. 그동안 나이 차이, 세대 차이로 후배들과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선후배 이야기를 다 풀어서 음악으로 듣고 나니 ‘젊었을 땐 꿈을, 먹고 살고 나이들어 추억을 먹고 살고’란 노랫말 가사가 은유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시나위 악보가게Ⅰ ‘민요연습실’ 무대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

민요팀 소리봄은 1996년 8월 창단 멤버로 대학 졸업을 하자마자 입단한 최고참 박진하 상임단원, 2002년 6월 입단한 함영선 수석단원, 2006년 2월 입사한 하지아 차석단원, 2013년 3월 입단한 막내 심현경 상임단원, 지난 2021년 2월 새내기로 들어온 “신입인데 막 할 수 없다”는 베테랑 강권순 악장까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구 경기도립국악단)에 몸 담은 경력만 모두 합쳐 73년에 이른다.

오랜 시간이 쌓인 만큼 노랫말로 풀어낸 각자의 이야기도 다양했다. 하지아 차석단원은 “철밥통이라 부르지 마요”라며 공공기관 예술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시선을, 함영선 수석단원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예술가로서 무대에 서야하는 여러 고충을, 막내 하지아 단원은 막내로서의 어려움과 한을 마음껏 풀어냈다. 최고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박진하 단원은 ‘라떼’는 안 그랬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선배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과 의무, 그럼에도 이 일터를 사랑하는 프로의 심경을 풀었다. 

소리봄은 1997년 창단된 경기도립국악단의 핵심이었다. 국악단이 경기소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면서 민요팀에만 15명의 인원이 있었다. 세월은 흘러흘러 그 수도 많이 줄어 현재는 5명이다. 하지만 민요로만 몇 십년을 이어온 악단은 현재 이 곳이 유일하다.

전통의 소멸과 생성의 반복, 유행의 변화 속에서 민요팀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우리는 도민이 찾았고, 구석구석 도민이 불렀다니까요.” 문맥은 조금씩 달랐지만, 민요팀은 모두 이렇게 입 모아 말했다. 

“31개 시군은 물론이고 모세혈관이라고 구석구석 소외지역, 시장이란 시장 안 가본 곳 없어요. 또 참 많은 도민을 만났어요. 어려움도 많고 회환이 들 때도 있었지만 직접 도민을 만나고 나면 책임감과 자긍심이 샘솟았어요. 흥겹게 공연하다 보니 어느덧 세월이 흘렀고 또 여기서 도민과 끝까지 함께 할 미래를 꿈 꾸고 있네요.”(박진하) 

소리봄은 오는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공연 ‘역의 음향’ 무대에 선다. 여기서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색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속 얘기를 절반도 하지 않았다”라는 소리봄은 9월에 이희문 연출과 함께 또 한 차례 신명나는 민요연습실을 무대에 올린다. 또 대중과 함께 하고 친근한 국악을 곳곳에 선사할 예정이다. “끝으로 소리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우리 공연만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같이 울고 웃길 바란다”, “전통의 틀을 벗어나어도, 또 전통을 지켜서도 무엇이든 잘하는 팀이었으면 좋겠다” 등등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강권순 악장이 나지막이 한 마디 했다. 

“일단은, 어쨌든, 우리는 함께 가는 겁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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