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음은 정부와 반대’ 민주평통 한반도정책 여론조사서 무더기 부정 응답

김예진 2023. 5.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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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례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한반도 정책 방향에 반대되는 의견이 우세한 항목이 무더기로 나왔다.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검사 출신 석동현 사무처장이 이끌고 있다.

민주평통이 10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올해 1분기 통일여론·동향 조사 보고서는 “한반도 위기 관리를 위한 대북정책 방향으로 ‘지속적인 대화 제의’를 선택한 비율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유코 여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군사억지, 경제제재도 아닌 ‘대화’ 요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조사에서 ‘현재와 같이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 어떤 방향의 대북정책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①군사적 대응 강화 ②국제 공조 강화 ③대북 경제제재 강화 ④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북한 설득 ⑤지속적인 남북대화 제의 ⑥대북제재 완화 ⑦모름’이라는 선택지가 제시됐다.

가장 많은 응답은 다섯번째 선택지인 ‘지속적 대화 제의’로 34.7%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국제공조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1.1%, ‘군사적 대응 강화’는 15.8%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북한 설득’이 11.2%로, ‘대북제재 완화’는 7.1%였다. 

‘대북 경제 제재 강화’는 6.9%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대북제재는 전쟁을 할 수 없는 한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실질적 대북압박책으로 여겨져왔다. 보수정권 시기에는 대북제재를 통한 경제적 압박과 외교적 고립이 대북정책의 거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10년 이상 경제재재 압박책이 취해졌지만 남북관계가 결과적으로는 악화했다는 점과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구성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 한일정상회담 규탄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뉴스1
현 정부 들어서는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협상은 비현실적이고, 중요한 건 감히 핵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압도적인 군사 우위에서의 대응을 경고함으로써 북한이 도발을 엄두내지 못하게 할 수 있단 뜻으로 풀이됐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 군사협력 강화 정책도 이같은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 협력에 대한 조사에선 긍정 여론이 다소 높았다.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가 북한 도발 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①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②다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③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④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⑤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⑥모름’이 응답지로 제시됐다. 이 중 ‘매우 긍정적’일 것이란 응답이 24.2%로 가장 많았고, ‘다소 긍정적’이 22%, ‘매우 부정적’ 18.8%, ‘다소 부정적 영향’ 16.2%,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16.1% 순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영향이 46.2%로 부정적 영향을 합한 비율(35%)보다 높은 셈이다.

다만 성별, 연령별 결과는 엇갈렸다. 남성 응답자 중에선 긍정이 54.9%로, 부정 30.7%보다 높은 반면, 여성 가운데는 긍정 37.8%, 부정 39.1%로 오차범위 내로 나타났다. 연령대 중에선 40대가 유일하게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보고서는 “20대와 30대, 60세 이상의 경우 성별간 응답 격차가 큰 편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한·일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도 부정 여론이 긍정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나타났다.(참조: https://m.segye.com/view/20230511517332)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방한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친교의 시간으로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북한인권 공론화, 진보층이 더 공감

‘비핵평화번영 기반구축을 위해 우리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중장기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①시대 변화를 반영한 통일방안 마련 ②한반도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 ③통일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④국민통합 및 소통 노력 ⑤모름’ 선택지가 주어졌다.

‘국민통합 및 소통 노력’이 29.5%로 가장 많았고, ‘한반도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가 뒤를 이었다. ‘시대변화를 반영한 통일방안 마련’은 28%로 세번째였다. 세 응답이 비슷한 가운데, ‘통일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은 10.8%로 가장 적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통일 방안 마련’은 현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대북정책임에도 국민 공감은 그다지 높지 않은 셈이다.

통일부는 장관 자문기관으로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꾸려 현 정부의 통일 구상을 담은 ‘신통일미래구상’을 이달 중으로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내년에는 정부 공식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시대 변화를 반영해 업그레이드”한 버전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안 질문 문항 5개 중 정부 정책 방향과 대체로 일치한 응답은 북한인권 공론화가 유일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및 생활수준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북한 인권 상황을 객관적으로 조사·관찰하고,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우리 정부도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에 얼마나 공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공감’이 39.6%로 가장 높고 ‘다소 공감’도 30.9%로 나타났다. 공감은 둘을 합해 70.5%에 달했다.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8%, 전혀 공감하지 않는단 응답은 10.5%였다. 모름 또는 무응답도 1%에 불과했다.

2030 세대보다 고연령층에서 북한 인권문제 공론화 공감도가 높은 것도 특이하다. 기존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가 정치화돼있어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젊은 층으로 갈수록 북한인권문제를 탈정치화한 시각으로 본다”는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시각과는 반대로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40대 77.6%, 50대 76%, 60세 이상 74.7%이 북한인권문제 공론화에 공감하고 20대는 60%, 30대는 57.1%정도로 상대적으로 공감도가 낮았다.

보고서는 “20대 남성(51.6%)과 30대 남성(50.8%)은 ‘비공감’ 인식이 과반을 넘은 유일한 집단”이라며 “40대 이상은 성별 간 비슷한 경향을 보이나, 20대와 30대에서는 북한인권문제 공론화에 성별 간 관점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념 성향별로도 선입견을 깨는 결과였다. 진보에서 공감도가 77%로 가장 높고 중도에선 68.8%, 보수에선 69.3%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중국, 아세안과의 협력 복원해야

이번 연구를 수행한 전문가들은 “대북 정책에서 ‘억지’와 함께 ‘관여’의 측면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북한 인권문제 공감도가 전반적으로 강한 지지를 보이는 만큼 북한 인권 증진에 실효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 추진에 대국민 홍보와 국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현 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주로 대북 압박 차원에서 꺼내고 있는 것과 달리, 전문가들은 ‘압박’과 함께 인권 문제를 고리로 한 ‘관여’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조사와 홍보를 강화, 국제사회 규범과 관행에 따라 인권 개선과 관련한 국제기구에 북한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국제 규범에 맞춰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점도 거듭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역할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북핵 능력이 증강된 상태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북한의 대남 도발을 활용할 개연성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미·일 협력 기반 위에서 적극적 대중외교를 전개해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에 한국과 중국이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주지시키고, 특히 북한 비핵화와 관련 중국의 건설적 역할 복원을 촉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냉전’의 대두를 방지하거나 완화되도록 중국과 미국을 설득”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중일 3국회동 재가동에 노력하고 아세안 국가와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민주평통 의뢰로 글로벌알앤씨가 시행하고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3월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신뢰수준은 95%이며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3.1%p다. 전화면접조사방식으로 진행됐고 가구전화 20%, 휴대전화 80% 비율로 유, 무선 전화조사를 병행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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