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롯데그룹 유통효자 롯데하이마트, 적자 늪 빠졌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롯데하이마트가 올해 1분기에도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며 맥을 못췄다. 한 때 롯데 유통 사업군의 최대 효자로 꼽혔지만, 온라인에 치이고 가전업체들의 제품 경쟁력 강화,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갈수록 실적이 고꾸라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남창희 대표를 신규 선임하며 수장 교체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적자폭은 더 확대돼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58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은 82억원이다.
매출도 25.6%나 감소한 6천261억원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전 시장 부진이 심화된 탓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소비 침체와 이사·혼수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서 실적이 둔화됐다"며 "재고 건전화를 위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쳐 영업이익 적자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 삼성·LG 판매 채널에도 밀렸다…제품 브랜드화에 '발목'
롯데하이마트의 이 같은 부진은 시장 내 점포 경쟁력이 떨어진 영향이 상당히 크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 힘을 싣고 있는 데다 개인 맞춤형 가전 브랜드들을 속속 내놓으면서, 롯데하이마트는 고객 상당수를 가전업체가 운영하는 판매 채널에 빼앗겼다. 이사를 하거나 결혼을 하며 한 번에 여러 가전제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그간 가전 양판점의 핵심 소비층으로 꼽혀왔지만, 지난 2019년 삼성전자 '비스포크'의 등장과 LG전자의 '오브제 컬렉션' 론칭 이후 하나의 브랜드로 가전제품을 통일해 구매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며 해당 브랜드 제조업체의 전문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는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이 휘청이기 시작한 시점과도 일치한다. 롯데하이마트의 2019년 매출은 4조265억원으로, 4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1% 급감한 1천99억원에 그쳤다. 2021년에는 매출이 3조원대로 주저앉으며 점차 매출이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13.8% 감소한 3조3천370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 52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롯데그룹 인수 이후 처음이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가 운영하는 가전 판매 채널들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삼성스토어(옛 삼성디지털프라자)의 지난해 매출은 3조4천462억원으로, 가전양판점 1위 자리를 지키던 롯데하이마트를 넘어섰다. 삼성스토어 매출이 롯데하이마트를 넘어선 것은 1996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LG베스트샵을 운영하고 있는 하이프라자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8% 줄어든 2조6천934억원에 그쳤지만, 적자를 기록한 다른 곳들과 달리 영업이익은 무려 156.5% 증가한 160억2천300만원을 기록하며 알짜 영업을 지속했다. 업계에선 매출액도 향후 몇 년 안에 롯데하이마트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양판점들이 삼성전자 '비스포크' 등 주요 제조사의 프리미엄 가전 제품 브랜드화 추세를 간과했다"며 "그 결과 상당수의 소비자들을 삼성전자판매에 빼앗긴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 온라인·백화점 사이에 낀 롯데하이마트…모호한 위치 '발목'
온라인 가전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과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화에 나서지 못한 점도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됐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쿠팡·SSG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들도 가전 분야에서 취급 품목을 늘리고 있는데, 이들 역시 오프라인 매장과 마찬가지로 희망일 지정, 배송 운전사 설치, 폐가전 무료 수거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온라인 구매 시 배송, 설치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고객이 스스로 설치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을 선호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구매 시에도 애프터 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어 오프라인 구매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돼 고객들의 온라인 구매에 대한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 간 경쟁에서도 '모호한 위치'가 발목을 잡았다. 가전 업체들의 백화점 입점 이후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가전 양판점보다 백화점을 찾고 있는 탓이다. 백화점은 카드 할인 등 주된 혜택을 가전 양판점과 비슷하게 제공하거나 상품권 지급 등의 추가 혜택을 제공하며 프리미엄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전양판점 자체가 '카테고리 킬러(특정 상품을 특화해 판매하는 전문 매장)'에 해당해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한다고 하지만 '카테고리 킬러'의 이미지가 약화되면서 차별화에 실패한 모습"이라며 "TV·냉장고·헤드폰 등 제품을 세분화해 특정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MD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 고강도 체질 개선 나선 남창희…실적 살아날까
이에 올해 롯데하이마트를 처음 맡게 된 남 대표는 점포효율화 작업과 MD 개선 등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설 것이란 계획을 세웠다. 매출이 적은 점포는 지역 대형 점포로 통합하고, 신상품 비중을 확대해 점포 경쟁력을 키울 예정이다. 내년 말까지 100개 점포가 MD개편 대상이다.
또 온라인몰은 롯데온과 협업하며 전면 재정비에 나선다. 마케팅, 상품, 재고, 시스템 등 온라인 사업 전반에 대한 방향성을 재수립하고, 차별화 요소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직매입·자사몰 중심의 핵심 역량을 통해 가격, 에너지효율, 약속일, 사후서비스 등 상품 구매 시 고려 요소에 대해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도록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물류센터별 운영 효율, 비용, 프로세스 등을 면밀히 분석해 물류 네트워크 효율화도 지속 추진해 나간다. 올해 들어선 판매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별 등급 체계 부여, 생애주기관리 기준 수립 등 상품 운영 시스템 고도화 및 재고 건전화 작업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1분기 재고액이 전년 대비 1천150억원 감소했다.
성장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강화도 추진한다. 특히 기존 자체브랜드(PB) 콘셉트를 재확립해 상품 운영 및 A/S 강화로 매출을 키우겠다는 각오다. A/S·이전 설치·클리닝·보증기간 연장·교체 멤버십 등 5개 케어 서비스 모델을 통해 통합 케어 서비스도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 주총에선 암호화 자산을 새 사업 포트폴리오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관 변경을 추진해 NFT 발행·판매·중개 등 신규 사업에 대비하고자, 블록체인 기술 기반 암호화자산의 개발, 매매 및 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전방위적 체질 개선 작업과 중점 사업 강화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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