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아들이' 판례 깨졌다…대법원 "제사 주재자는 나이순으로"
송혜수 기자 2023. 5. 11. 17:52
유족 간에 제사를 누가 중심이 되어 맡을지 합의하지 못한 경우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가 민법상 '제사 주재자'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아들에게 우선권을 줬던 기존 대법원 판례가 15년 만에 깨진 것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오늘(11일) 숨진 A씨 유족 간 벌어진 유해 인도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1993년 부인과 결혼해 2명의 딸을 얻은 뒤 2006년 다른 여성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소송은 2017년 A씨가 사망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혼외자의 생모는 A씨의 부인 및 딸들과 합의하지 않고 고인의 유해를 경기도 파주의 추모공원 납골당에 봉안했습니다.
이에 A씨 부인과 딸들은 "유해를 돌려달라"며 혼외자 생모와 추모공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1·2심 모두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존 판례는 유족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인의 장남 혹은 장손자가, 아들이 없는 경우 장녀가 제사 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넘어왔고 오늘 대법원은 A씨 부인과 딸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피상속인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적자와 서자)를 불문하고 최근친 연장자가 제사 주재로 우선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어 "현대 사회 제사에서 남성 중심 가계 계승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했다"며 "제사용 재산 승계에서 남성 상속인과 여성 상속인을 차별하는 것은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11조,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36조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관 전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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