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월급 10년새 4배 올라"… 건설현장은 '최저임금 포비아'

양세호(yang.seiho@mk.co.kr) 2023. 5.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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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5 경제강국 ◆

인천 검단신도시 도시철도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하 작업장으로 옮길 철근을 줄로 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 대기업 건설사의 인천 검단신도시 도시철도 공사 현장. 2025년 개통을 앞두고 믹서차량이 쉴 새 없이 대형 크레인 사이를 오가며 자재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태국 출신 근로자 암낫 씨(38)는 철근, 목수, 용접일까지 하며 실질적으로는 팀장 역할도 수행한다. 태국에서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온 지 3년째다. 그는 월급으로 300만원 넘게 받는다. 야간수당, 주휴수당까지 톡톡히 챙긴 덕에 태국인 근로자 평균 월급의 5배를 번다. 회사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니 생활비 부담도 적다. 그는 월급이 3년 전만 해도 22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00만원 넘게 받는다. 건설업계에선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3~4배는 높아졌다고 한다. 암낫 씨는 "월급을 많이 주니 돈을 벌기에 한국만 한 나라가 없다"며 "번 돈을 모아서 태국에 돌아가면 전자부품 가게를 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공사 인력 110여 명 중 40~50%가 외국인 근로자다. 토목공사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A사의 김 모 팀장은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없어서 웬만한 건설현장은 한국 사람들보다는 외국인 근로자가 더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근로자들의 임금도 껑충 뛰었다.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근로자도 하루 8시간을 넘는 근로시간에는 수당이 1.5배이고 휴일에는 2배를 받는다. 김 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모든 시간대에 일한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보다 수당을 더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사에선 고용허가제 근로기간이 만료돼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취업하러 나온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주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김 팀장은 "다시 일하러 나오는 근로자들은 10%도 안 된다"며 "이미 4년 만에 벌만큼 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남아시아 출신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받는 월급은 본국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연봉 수준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 팀장은 "캄보디아 출신의 경우 월급으로 치면 현지 변호사의 3배를 받는다고 한다"며 "태국 출신 한 외국인 근로자가 5년간 일하고 돌아갔는데 3층짜리 집을 짓고 농장을 운영한다고 사진을 보내 자랑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한국인 근로자들은 외면하는 3D 현장이라 내국인 못지않은 비용 부담에도 건설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아쉽다. 특히 현행 고용허가제 아래에선 외국인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근로자 수요는 175만4000명이었지만 공급은 153만9000명에 불과할 만큼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김 팀장은 "정부에 외국인 인력을 신청해도 많아야 75% 정도만 수급되기 때문에 인력이 항상 모자란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인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정부의 건설업 비전문인력(E-9) 비자 쿼터는 해마다 2000~3000명에 불과하다.

매해 미충원 인원이 7000~8000명인데 쿼터는 3분의 1 수준에 그치다보니 부족한 인력은 방문취업(H-2) 비자 소지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건설 현장은 불법 체류자들의 온상이 되고 있다. E-9 비자는 취업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사업장 간 이동 제한 등 제약이 많아 오히려 현장에서 외면을 받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쪽은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용허가제에 따라 현재 연평균 공사금액이 15억원 이상이면 1억원당 외국인 0.4명을 고용할 수 있는데 기준을 완화해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뚝섬역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만난 박 모 현장소장도 "현장에서 필수적인 거푸집 작업은 일이 고돼서 한국인들은 아예 안하려 한다"며 "체류 조건만 되면 불법이 아닌 한 외국인 고용을 확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고용허가제는 인력 수요가 많은데도 건설업 쿼터가 매우 적고 경직적"이라며 "동포나 임시직이 많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건설업 외국 인력 공급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천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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