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체면 구겼던 구글, 한글 서비스로 반격…네카오 '비상'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3. 5.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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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뒤처지면 미래 없다"
AI챗봇 글로벌 경쟁 불붙어

◆ AI챗봇 전쟁 ◆

구글 관계자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구글 I/O를 열고 인공지능 챗봇 바드의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을 최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글

구글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바드(Bard)'의 최우선 지원 언어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선택한 것을 놓고, 국내외 빅테크 기업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의 최대 관심 포인트는 올해 일찌감치 오픈AI의 챗GPT 기술을 검색 엔진 '빙(Bing)'에 탑재해 생성형 AI 주도권을 거머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서 구글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냐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구글은 외국어 능력이 저조하다는 기존 단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별로 보면 구글은 한국을 정조준했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다수의 기업이 '한국형(K)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견제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초거대 AI 모델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 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에 국한해 보더라도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네이버(하이퍼클로바), 카카오(코GPT), SK텔레콤(에이닷), KT(믿음), LG(엑사원) 등 5개사에 불과한 실정이다.

구글로선 다국어 지원 AI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만들면서 MS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구글은 총 40개 언어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그 중심에는 한국어가 있다. 구글은 이날 곳곳에서 한국어 생성 실력을 과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올라 직접 한국어로 된 프로그램 코드를 생성하는 바드를 시연했을 정도다. 또 한 구글 임원은 '한국어'라고 적힌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했다.

구글 바드의 근간이 되는 초거대 인공지능 팜2(PaLM2)는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 수가 5300억개에 달하고 100개 언어를 학습했다. 특히 인구가 많은 중국어와 스페인어도 이미 학습을 끝마친 상태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AI를 앞세워 한국 검색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웹사이트 분석 페이지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59.4%, 구글 30.6%, 다음 4.6%, MS 빙 2.5% 순이다. 네이버의 점유율은 2016년 한때 80%에 육박했지만 구글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구글 I/O 직후 이어진 임원진 간담회에서 '왜 한국어를 먼저 지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드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피드백이 매우 중요한데, 한국인과 일본인이 피드백을 잘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이 이처럼 선제적으로 한국어 생성 모델을 공개하자 국내 빅테크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구글 바드가 생각보다 정교한 형태의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그 이상의 실력을 발휘해야지만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는 올해 초 공언했던 상반기 공개 시점을 하반기로 연기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과 비교해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자사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한국어 특화'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던 만큼 시장 기대가 높다"면서 "하지만 영어에 이어 한국어까지 실력을 발휘한 구글의 바드를 뛰어넘지 못하면 빛을 보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올여름 자사의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업그레이드한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고, 이를 근간으로 한 기업용 AI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이퍼클로바는 2021년 5월 네이버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생성형 AI다. 네이버 검색 엔진에 하이퍼클로바X를 접목한 이른바 '서치GPT'(가칭)는 하반기 발표로 일정이 미뤄졌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사용자별로 최적화된 검색을 밀접하게 지원해 줄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의 사내 베타 테스트 기능을 상반기 내로 실행할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역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인 '코(KO)GPT'의 차세대 버전인 '코GPT2.0'을 하반기에 선보일 방침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카카오브레인은 하반기 중으로 파라미터와 데이터 토큰(말뭉치에 해당)의 규모가 확장된 코GPT 2.0의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 서울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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