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바뀐 회계기준에 보험사 혼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마련”

이명철 2023. 5. 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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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현금흐름 반영토록 한 IFRS17 도입, 보험사 실적 개선
금감원, 보험계약마진 산출 조사 나서…CFO불러 협조 당부
원칙중심 회계주의 취지 저해 우려도, 당국 “시장 개입 아냐”

[이데일리 이명철 서대웅 기자] 올해부터 보험사 대상으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자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가 마진 등을 산출할 때 이전에 비해 자율적인 기준을 반영하면서 회계상 이익이 급증하자 실적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요 가정에 대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의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계기준 바뀌니 이익 껑충 뛴 보험사들

금융감독원은 11일 23개 보험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간담회를 열고 IFRS17와 관련해 보험회사의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산출에 필요한 계리적 가정의 세부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보험사 CFO들을 부른 이유는 최근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에 따른 부작용 논란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요 보험사들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은 IFRS17 적용 영향으로 일제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IFRSS17은 수익성 지표로 CSM이 도입됐는데 보험사들이 이를 산출할 때 손해율이나 해약률 등 계리적(회계처리) 가정치를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예전 회계제도는 보험계약을 원가와 실제 현금흐름 기반으로 인식했는데 IFRS17은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해 현재 가치로 환산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손해율이나 해약률 등을 판단해 자의적으로 낙관적인 측면으로 평가할 경우 CSM 지표 또한 우수하게 나오고 이익 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실손보험의 경우 미래 갱신보험료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으로 가정해 재무제표를 산출하면 보험부채가 감소해 실적을 개선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향후 예상치와 실제값에 큰 차이가 발생하면 특정 시점엔 보험사의 부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는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쳐 보험사 간 과당경쟁과 함께 공정경쟁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CSM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자 금감원은 DB손해보험·현대해상·DB생명보험·KB라이프생명 등을 대상으로 수시 검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에 이어 보험사 CFO 대상으로 IFRS17 적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를 전하고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차수환 금감원 부원장보는 간담회에서 “IFRS17은 보험사별로 최적의 계리적 가정을 사용토록 자율성을 부여하지만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보험회사가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여지나 기간이 경과되면 손실이 확대돼 현재의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 제시, 회계기준 자율성 저해”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중 주요 계리적 가정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대표 사례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가정이나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등이 있고 그밖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추가 조사해 중요도 순으로 기준을 제시키로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IFRS17 도입 예고에 따라 수년간 준비해왔고 올해 처음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적용한 것인 만큼 이익 증대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그동안 올해 IFRS17 적용에 따른 법규 개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보험업계의 원활한 도입을 지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CSM란 개념이 생소하긴 하지만 IFRS17은 그동안 계속 도입을 논의하면서 준비하던 사항이고 예전부터 시뮬레이션도 해왔다”며 “미래 현금흐름을 가정하는 것은 IFRS17의 원칙이 맞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보는 것은 CSM에 가정치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미래 예측을 얼마나 과도하게 반영했는지 여부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에 대해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게 되면 시장 자율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애널리스트는 “미래 가정을 반영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정해가면서 순차적으로 맞춰가라는 것이 IFRS17의 기본 개념이고 어차피 현재 상황을 낙관적으로 잡으면 나중에 그 차이만큼 조정을 하게 된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IFRS17를 빠르게 도입하면서 이러한 부작용을 예상치 못한 부분도 있고, 여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게 되면 기존 규제인 지급결제비율(RBC) 규제 등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 개입 지적에 대해 차 부원장보는 “IFRS17을 도입하면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했지만 실제 (적용)하다보니 실적과 관련된 (우려가) 일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CSM) 가정을 세울 때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을 정당하게 고치자는 취지여서 시장 개입이라고 하기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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