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상당기간 지속 … 철저한 분산투자해야"
韓 외환보유액 충분한데다
美 대형은행 예금잔액 늘어
'블랙스완' 발생확률 낮지만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 금물
현금·주식·채권 배분 필수
◆ 2023 서울머니쇼 ◆
"환자(시장)의 병(인플레이션)이 완치되지 않았는데 의사(중앙은행)가 퇴원을 허가할 수는 없습니다."
오건영 신한은행 팀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머니쇼 '투자자들의 영원한 멘토, 오건영의 투자 시나리오' 세션에서 "현재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정책 전환) 기대감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고금리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하반기 완만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어 '지키는 투자'를 강조했다.
오 팀장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시장을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를 중심으로 바라보라"고 가장 먼저 주문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서 거시경제(매크로) 상황을 분석하고 저가 매수, 차익 실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시장은 연준의 피벗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지속 중임에도 달러당 원화값이 지난해 말 대비 상승한 것도, 주요국 증시가 상승한 것도 향후 인하 기대감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코스피는 11%,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17% 상승했다. 다만 "전 세계의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벗을 고려하며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시장은 과거의 패턴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특정 방향(상승)으로 쏠림이 발생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오 팀장은 시장에 만연한 지나친 비관론도 경계하며 '블랙스완'(예상하기 어렵지만 영향력이 큰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일각에선 달러 가치가 하락 중임에도 달러당 원화값이 약세인 것을 근거로 외환위기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그는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이달 4일 기준 4266억달러(약 563조원)로 IMF 위기 당시(250억달러) 대비 외환을 대거 확보한 상황"이라며 "당장 외환위기를 논할 수준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빚이 많다고 무조건 망하는 게 아니다"며 "직장인으로 비유하면 대출을 일으켜도 저축액, 월급을 통해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나갈 수 있다면 안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무역 적자가 지속 중인 원인에 대해선 "한국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및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이에 반해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수입 부담이 늘어 적자 규모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파산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SVB의 파산 원인은 고금리 상황에 따라 주요 고객이던 미국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의 자금 부족으로 인한 대량 예금 인출 요구 때문"이라며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투자한 장기 국채 가격은 급락했는데 미실현손실이 부각되며 위기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중소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며 장기채를 매각해 손실을 확정해야 했기 때문에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는 "JP모건 등 건전성이 뛰어난 대형 은행들은 자산 배분이 잘돼 있고 지방은행 파산으로 인해 오히려 예금액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유수의 은행들이 파산했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완만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지난해 9.1%까지 급등했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최근 4.9%까지 낮아져 안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핵심(코어) CPI 수치는 둔화세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40년 만에 발생한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쉽게 치유되지 않는 고질병이 될 수 있다"며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2%)까지 물가가 하락하기 위해선 과거 1970년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행한 것처럼 고강도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철저한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권업계에선 기술·성장주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에 강한 필수 소비재, 헬스케어 관련주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리 수익을 얻기 위해 단기 채권을, 매매 차익을 보기 위해 장기 채권을 담는 것도 방법이다. 달러 가치가 약화되는 만큼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특별취재팀=한우람 차장(팀장) / 손동우 차장 / 차창희 기자 / 최근도 기자 / 명지예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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