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빠져나간 주택도시기금에 운용사 '한숨'
펀드 굴릴 돈 쪼그라들어
"성과를 내도 매달 자금이 빠져나가니 운용사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 '대어'로 꼽히는 주택도시기금을 맡고 있는 한 운용사 대표가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 신규 주택청약 열기가 식고 주택기금 여윳돈이 대폭 줄면서 벌어진 일이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50조원 수준이던 주택도시기금의 운용자금 규모가 지난해 4분기 35조원까지 줄었다. 올 들어 자금 유출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20조원 아래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OCIO란 공적기금·공제회 등 기관 자금의 최고투자책임(CIO) 역할을 외부에 맡기는 것이다.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의 자금을 운용할 주관사로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이들은 국내외 주식·채권·대체투자로 자산군을 나누고 운용사들을 택해 일종의 팀을 꾸려 자금을 운용한다.
하지만 주택도시기금 규모가 최근 크게 쪼그라들면서 운용사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우선 펀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운용수익이 급감했다. A위탁운용사는 채권 위탁운용 자금이 지난해 1조5000억원 수준에서 최근 5000억원까지 3분의 1로 줄었다. 주식운용 자금도 20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운용사들이 채권 운용을 통해 받는 보수는 10bp(1bp=0.01%포인트) 내외로 알려져 있다.
청약통장 해지가 급증하면 이들 운용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나 채권을 급하게 매각해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가 하락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권 담당 B운용사 역시 주택도시기금 운용자금이 지난해 1조7000억원에서 최근 3500억원으로 80%가량 감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달 채권을 매각해서 현금으로 상환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신용경색 우려가 커졌을 당시에는 크레디트 채권을 싹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기금 재원은 주택을 매입할 때 사는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납입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기금이 더 늘어나기 어려운 여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6월(2703만1911명)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3월 말 기준 2605만7127명으로 10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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