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정기선 사장의 특명 …"묻지마 수주 금지"
3년치 일감 확보에 자신감
정기선 HD현대 사장(사진)이 앞으로 선박을 수주할 때는 수익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선별해 수주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 조선업계 고질병으로 불리는 제살깎기식 묻지마 수주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최근 성남 판교 HD현대 글로벌리서치센터(GRC)에서 노르웨이 선급 DNV의 해양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크누트 외르베크닐센과 미팅을 갖고 "HD한국조선해양은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며 "향후 수주 때는 수익성 측면에서 선별적으로 임할 수 있는 지위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선박 단가가 높은 친환경선박 분야 수주에 주력해 관련 분야에서 우리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도 수익성에 기반한 선별적 수주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액은 582억5000만달러, 427척에 이른다. 올해 들어 수주한 물량은 2027년부터 인도가 가능하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일감이 가득한 상황이라 오히려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주가 급증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작년 3분기 4.4%, 4분기 2.4% 등으로 수익성은 낮다. 조선업 초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 영업이익률은 15% 안팎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이 선별 수주 방침을 강조하면서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계약에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게 HD한국조선해양 표준선형에 부합하는 프로젝트 위주로 수주에 나서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의 표준선형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과 공기를 줄일 수 있다"며 "표준선형에 최적화된 생산 공법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금보다 배를 인도할 때 받는 잔금 비중이 높았던 수금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수주전이 치열할 때에는 잔금 비중이 높더라도 계약을 맺지만, 현재는 선수금 비중을 훨씬 높게 제시하는 선주사를 중심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 목표액을 작년 수주 실적보다 낮은 157억4000만달러로 정한 점도 이 같은 기류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조선업이 호황인데도 영업목표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과거 2010년 전후로 해양플랜트 수주전이 한창일 때 현대중공업은 매년 수주목표를 20~30% 높게 잡아 공격적인 수주에 나섰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정 사장의 지침은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인 셈이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각광받는 메탄올 추진선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이후 모두 47척의 메탄올선을 수주했다. 메탄올 추진선은 일반 선박보다 선가가 15%가량 비싸 수익성이 높다. HD한국조선해양의 스마트 조선소도 수익성 개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데이터화해 최적화하는 스마트 건조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은 30% 높이고, 공기는 30%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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