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구글 '폴더블폰'… 접는 폰 경쟁 판 커졌다

구글의 첫 '접는 폰'이 베일을 벗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폴더블폰 시장에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이 뛰어든 데 이어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는 처음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구글은 줌과 셀프 촬영 부분을 강화한 카메라 기능을 특히 내세웠다.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의 가세로 '접는 기기'의 차별성을 극대화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등의 등장도 빨라지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픽셀 폴드'를 공개했다. 픽셀 폴드의 화면은 펼치면 7.6인치로 갤럭시 Z 폴드4와 같다. 접었을 때 바깥 화면은 5.8인치로 보통의 스마트폰과 유사하다.

두께는 접었을 때 12.1㎜지만 펼치면 6㎜로 Z 폴드4(펼쳤을 때 6.4㎜)보다 살짝 얇다. 다만 무게는 284g으로 약 20g 더 무겁다. 픽셀 폴드는 구글이 삼성과 함께 제작한 인공지능(AI) 칩인 '텐서 G2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배터리는 약 4800mAh로 완충 후 지속 시간은 최대 72시간이다.

구글은 특히 카메라 기능을 강조했다.

픽셀 폴드는 외부 후면에 4800만화소 기본 카메라와 1080만화소 초광각 카메라, 5배 줌 망원 카메라를 탑재했다. 기본 카메라 화소는 Z 폴드4(5000만화소)보다 낮지만 망원 카메라는 1000만화소 3배 줌인 Z 폴드4보다 성능이 좋다. 화면을 확인하며 후면 카메라로 셀프 촬영할 수 있다는 점도 픽셀 폴드의 강점이다. 펼쳤을 때 분할된 화면을 동시에 사용하는 실시간 번역 기능도 특징적이다. 한쪽 화면에는 번역할 텍스트가, 반대편 화면에는 번역된 텍스트가 뜨는 식이다.

픽셀 폴드의 미국 출고가는 256GB 기준 1799달러(약 240만원)로 Z 폴드4의 현지 가격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다음달 현지 판매를 앞두고 이날 선주문을 시작했다. 미국 외 영국, 일본, 독일 등에서도 출시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정식 판매되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은 그간 페이, 지도와 같은 자사 서비스가 모두 지원되는 지역에서만 하드웨어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구글의 참전으로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글이 직접 안드로이드 OS와 크롬·유튜브와 같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폴더블 폼팩터만의 장점을 극대화할 소프트웨어 개발과 최적화가 가속화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신작 공개를 예년 대비 2주가량 앞당겨 7월 말 행사를 여는 '초강수'로 맞대응할 예정이다. 첫 폴더블폰을 내놓은 구글이 독주할 시간을 빼앗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격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Z 플립4의 전면 디스플레이가 커지는 만큼 가격 인상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 원가 비중이 40% 안팎으로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보다 월등히 높다.

프리미엄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이 폴더블폰 시장 진출을 서두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애플은 '접는' 기기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아이폰에 적용하지는 않았다. 업계는 애플이 우선 태블릿PC에 폴더블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 분석 전문가인 궈밍치 대만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애플이 2024년 폴더블 아이패드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 우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