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합리적 취업규칙 변경도 노조 동의 받아야"…현대차 소송 파기환송

박정일 2023. 5. 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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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취업 규칙 변경도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췄을 경우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기존 판례가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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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합뉴스

회사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취업 규칙 변경도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췄을 경우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기존 판례가 깨진 것이다.

경영계에서는 노동법의 경직성이 한층 더 가중될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현대차 간부 사원과 회사 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조 등 근로자 측에서)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인 회사는 취업 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동조합이 없을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기존 판례는 변경안이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변경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그 개념이 모호해 노사 간 법적 분쟁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과 근로 기준이 명시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 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라며 "취업규칙 내용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렵다"며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돼 법적 불안정성이 크다"라고도 했다.

다만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동의가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도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며 예외 기준을 제시했다. 취업 규칙을 변경할 객관적 필요성과 사측의 노력이 인정되는 데도 근로자 측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변경에 반대한다면 '동의권 남용'으로 보고 예외적으로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7대 6의 다수의견으로 나왔다. 대법관 6명이 "사회 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기간 그 타당성을 인정해 적용한 것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라는 소수 의견을 남겨 법리 공방이 팽팽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그동안 우리 노동법의 경직성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는 판례법리로 자리잡아 왔다"며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2007년에 관련 판례법리를 노동계약법에 명문화함으로써 유연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이와 다른 경직된 판결을 내린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2004년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맞춰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했는데, 새 규칙에는 기존과 달리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 휴가 제도를 폐지하고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넣었다.

현대차는 이 과정에서 간부 사원 89%의 동의를 받았지만 노조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이에 현대차 간부 사원들은 이 같은 취업 규칙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밀린 연월차 수당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뒤집혔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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