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에 다섯손가락 모두 우승반지 끼워야죠"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5. 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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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챔프전 MVP 오세근
KGC인삼공사 우승 4번 견인
올해 내 경기 점수는 99점
등번호처럼 41세까지 뛰면서
5회 우승하는 게 마지막 목표
4번째 우승반지를 확보한 오세근이 지금까지 받은 우승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건세근(건강한 오세근)은 막을 수 없다'는 프로농구의 속설이 다시 한번 증명된 시즌이었다.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빅맨인 오세근(36·안양 KGC인삼공사)은 챔피언결정전 7경기에서 경기당 35분56초를 뛰며 19.1점, 10리바운드, 야투율 60.4%를 기록했고 네 번째 우승과 세 번째 챔프전 MVP를 받아냈다.

서장훈(2회 우승, 챔프전 MVP 1회)과 김주성(3회 우승, 챔프전 MVP 2회) 등 선배 빅맨들의 아성까지 넘어선 오세근은 11일 MBN '스포츠야' 촬영 현장에서 "정규시즌에는 부족함도 있었지만 챔프전만 두고 보면 99점을 주고 싶다. 제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웃어 보였다. 그의 활약 덕분에 KGC인삼공사는 정규리그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1위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SK 나이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동아시아슈퍼리그에서도 우승하며 트레블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시즌이 끝난 뒤 각종 인터뷰와 수상 등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오세근은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운전도 하느라 피곤하긴 한데 너무 기분 좋은 피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이 얻은 3개의 우승반지를 들고 온 오세근은 "2011~2012시즌과 2016~2017시즌, 2020~2021시즌까지는 받았고 다음 시즌 시작할 때 올 시즌 우승반지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지난 시즌에는 SK에 우승을 뺏겼지만 1년 만의 탈환을 성공시킨 오세근은 "그 이전에는 세 번 챔프전에 올라가 세 번 우승했는데 네 번째에 지면서 자존심에 상처가 생겼다. 다행히 곧바로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올 시즌을 돌아봤다.

7차전도 모자라 연장전까지 갔던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은 농구팬들이 역사에 남을 결승전이라고 칭할 만큼 뜨거웠다.

오세근은 "정규시즌은 긴 레이스라 조절하는 부분도 있다. 감독님도 출전 시간을 관리해주시고 스스로도 조심해서 뛰곤 하는데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은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어 준비했다"며 "우승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잠을 잘 못 자고, 말도 많이 하지 않고 훈련만 했는데 후배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따라와줬기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통합 우승까지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에 믿음이 있고 소통이 됐기에 힘든 부분이 덜했던 것 같다. 전술 하나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선수들 의견을 들어주신 감독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면서 감사를 표했다.

우승 과정에서 그만큼 훌륭한 상대가 있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세근은 "마지막 명승부를 펼쳐 준 SK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값진 우승이었다"며 "그날 상대편에서 미친 활약을 했던 (김)선형이도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 축하한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중앙대 농구부에서 함께 뛴 오세근과 김선형은 대학 시절 52연승 신화를 함께 썼던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어 오세근은 "선형이가 아내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못 울고 차에서 눈물을 닦았다고 하더라. 다음 시즌에는 우승을 양보해줘야 하나 싶다"며 껄껄 웃기도 했다.

시즌이 끝난 만큼 이제 자유계약선수(FA)로 눈을 돌릴 차례. 이미 KGC에서 '원클럽맨'으로 오래도록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던 오세근은 "12년 동안 생활하며 우승도 많이 했고 팬분들과 추억도 많기에 당연히 남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귀도 열어놓고 마음도 열어놓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우승과 함께 명예롭게 은퇴한 선배 양희종처럼 자신도 멋지게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다. 등번호가 41번인 오세근은 "등번호대로 41세까지 뛰며 은퇴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안 힘든 포지션이 없겠지만 외국인 선수들과 몸싸움을 많이 해야 하는 센터를 하느라 평소에 계단 하나도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잘 관리해 이루고픈 마지막 목표는 역시 한 손에 가득 차도록 우승 반지 5개를 모두 끼는 것이다. 오세근은 "말씀드렸다시피 반지를 4개까지 꼈기 때문에 마지막 1개까지 끼는 게 목표다. 항상 목표를 잡으면 이루려고 하고 달성도 많이 했기에 이번에도 꼭 이뤄 보겠다. 팬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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