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맞벌이 부부 네쌍둥이 출산 기적…기업·정부 역할 더 중요해졌다
한 맞벌이 부부가 국내 최초로 초산(初産) 자연분만으로 네 쌍둥이를 출산했다. 이들 부부는 결혼 후 임신을 준비했지만,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난임 치료를 위한 시간을 쉽게 낼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회사라는 SK온으로 이직이 결정되자 곧바로 난임병원을 찾았고, SK온 입사 직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주변에서는 네 쌍둥이 육아는 무리라며 선택적 유산을 권유했지만, 자녀 수 제한 없이 의료비를 지원하는 회사의 정책 덕에 출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상사의 결재 없이 본인 결재만으로 휴가를 쓸 수 있고, 출퇴근 시간을 자율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역시 부부의 걱정을 덜어줬다. 이런 제도가 없었거나, 제도가 있어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면 네 쌍둥이 출산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출산 직후 육아도우미(건강관리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는 지자체가 다른 지역까지 수소문해 건강관리사를 구해줬다. 보건복지부는 쌍둥이 가정에 1명, 세 쌍둥이 이상 가정에 2명의 건강관리사를 지원하는데, 네 쌍둥이 가정에 배정된 건강관리사는 세 쌍둥이 가정과 같은 임금만 받기 때문에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다. 국가 지원 기간이 끝나면, 회사가 몇 달 더 육아도우미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포스코 직원 부부도 네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이 회사 역시 육아기 재택근무제와 선택적근로시간제, 난임 치료 휴가 등의 제도를 갖추고 있다. 아이 키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행정적 문제 해결이 저출산 대책의 출발점임을 두 부부가 보여준 셈이다.
저출산은 나라 존립이 달린 심각한 문제다.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에 332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인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아이 기르기 좋은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다태아뿐 아니라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잘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아이 낳을 결심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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