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코닥 모멘트'와 한국형 챗GPT

장용승 기자(sc20max@mk.co.kr) 2023. 5. 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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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AI 주도권' 선점 경쟁
中, 챗GPT 대항마 내놓아
IT강국 韓 '코닥' 안 되려면
K플랫폼에 새 접근법 필요

'코닥 모멘트(Kodak moment)'가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구글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며 구글을 과거 '필름 카메라의 대명사'였던 코닥에 비유하면서부터다. '코닥 모멘트'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소중한 순간'을 의미하는 문구였지만, 코닥이 몰락하면서 이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실패한 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표현이 돼버렸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할 정도로 디지털에 앞서 있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에 집중하는 오판을 하면서 결국 2012년 파산보호 신청 사태를 맞았다.

MS는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면서 지난 2월 챗GPT 기술을 검색엔진 '빙'에 결합했다. 구글은 뒤늦게 '바드'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구글과 MS 간 경쟁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새로운 디지털 질서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개인정보 침해, 가짜뉴스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요한 지적인데 주목되는 것은 유럽연합(EU) 등 빅테크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이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과 중국의 경우,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일 동맹국들과 협력해 AI 등 첨단기술의 국제표준을 정하겠다는 내용의 국가 전략을 내놓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 맞서 그동안 자국 빅테크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중국은 규제를 완화하며 'AI 굴기'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챗GPT 대항마 성격의 AI 챗봇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G2 중 어느 한쪽이 먼저 AI의 위험에 대한 우려로 '규제'를 앞세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AI 개발을 6개월 멈추자'는 주장이 나오자 "중국만 이득을 본다"고 반대한 것은 치열한 주도권 경쟁 현실을 방증한다. 그동안 AI에 부정적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최근 입장을 바꾸며 AI 개발 경쟁에 가세했을 정도로, 기업들은 새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부작용을 간과해선 안 되겠지만 이러한 패권 경쟁을 직시해 한국 AI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자체 AI 모델이 없는 국가는 다른 나라의 AI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소위 '챗GPT 가두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한국 정부는 AI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자적 한국형 AI 모델의 경쟁력을 키워 비영어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할 네이버, 카카오 등 소위 '한국형 챗GPT' 개발 기업들의 경우, '플랫폼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혁신을 가로막는 독과점 문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다만 천문학적인 비용, 성공 불확실성 등으로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AI 산업 성격상 한국 빅테크에 대한 새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독자적 초거대 AI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 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이 시장은 승자 독식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AI 대중화 시대는 먼 미래가 아니다. AI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초고속 인터넷 범용화 등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코닥 모멘트'를 맞을 위험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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