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파벨만스와 드림
그것이 현실과 달라서지만
때로는 진실이 소중할 때도
'파벨만스'는 영화 이면의 진실
'드림'은 진실의 영화적 표현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수작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E.T.'와 '죠스'를 비롯해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마이너리티 리포트' '더 포스트' 등 다섯 손가락으로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런 그가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으니, 골수팬이나 거장의 창작 비결이 궁금한 이들은 극장으로 바삐 향했을 것이다. 나 역시 '파벨만스'를 보았다.
결론적으로 '파벨만스'는 내 예상을 빗나간 영화였다. 10대인 주인공이 겪는 주요 갈등은 가족의 모습을 영화로 찍다가 알게 된 뜻밖의 진실이었다. 게다가 그가 학우들을 위해 만든 영화엔 현실과 달리 영웅적인 모습으로 비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 스필버그는 왜 영화에 대한 사랑을 이런 방식으로 고백한 걸까.
영화는 현실과 다르다. 우리는 이걸 잘 알고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영화를 본다. 영화엔 가공된 세계에서 펼쳐지는 안전한 스토리가 있다. 이때의 안전함이란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되는 것이며, 때로는 슬픈 결말로 끝나더라도 관객에게 선사하는 카타르시스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면을 알게 되는 것은 달갑지 않다. 영웅 역할을 맡은 배우가 현실에선 악당일 때 관객은 깊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감독이 자신이 겪은 고통을 영화에 담았더라도 관객은 그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떠올리는 대신 스토리와 영상미에 더 집중한다. 스필버그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영화의 속성을 드러낸다.
'파벨만스'가 선사하는 감동은 의미를 곱씹은 뒤에야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늘 흥미로운 플롯의 영화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스필버그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선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에게 있어서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영화는 현실과 다르다'는 대원칙을 기꺼이 깨야 한다는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드림'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다.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있으며, 극복해야 할 상처가 있다. 축구팀의 감독인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실제로 2010년 홈리스 월드컵에 첫 출전한 한국 축구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파벨만스'가 영화 이면의 현실을 드러내면서 진실을 전달했다면, '드림'은 반대 전략을 취한다. 현실을 영화적 작법으로 변용해 삶의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드림'의 모티브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은 새롭게 창작한 것이다. 관객에게 선사하려는 감동은 대다수의 스포츠 소재 영화들이 전달하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승리만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메시지에 집중한다. 그러나 현실을 떠올려보면 뻔한 전개라고만 할 수는 없다. 팬데믹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고물가 시대와 침체된 경기를 체감하고 있는 관객에게 완전한 승리는 투혼 끝의 패배보다 더 꿈같은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의 마법이 발휘된다. 승리와 패배의 진정한 의미가 뒤바뀌는 것이다. 극장에서 나오며 관객은 자신의 승리와 패배를 되돌아보다가 자신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꿈'인 영화가 '현실'에 깊게 침투해 '진실'을 심어주고 떠나는 순간이다.
[이서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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