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 이제는 과학기술이다
세계적으로 친환경·사회적가치·투명경영(ESG)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주요 기업, 공기업들도 앞다퉈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원은 다소 생소하고 멀어보이는 ESG에 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을까. 민간기업이나 공기업과는 달리 출연연은 연구개발(R&D)이 핵심 임무이기에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 그동안 출연연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글로벌 R&D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목적 중심의 실용적 연구를 해야 한다. ESG에 과학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ESG 중에서도 환경(E)과 연계된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먼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이산화탄소 활용·저장기술(CCUS)을 실증 연구하고 있다. 대규모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후보지 확보는 한계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이면서도 실현 가능성 있는 탄소중립의 과학적인 이행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해 군산분지에 이산화탄소 저장 후보지 5개소를 선정했고, 올해 2곳의 대심도 해양 탐사시추를 실시해 연간 100만t, 총 1억t의 저장소를 확보해 온실저감 감축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년 취항 예정인 6900t급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를 활용하게 되면 총 7억t 규모의 국내 대륙붕 저장소를 추가 확보·저장할 수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재활용 연구도 활발하다. 20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온 친환경 광물자원순환 전주기 기술은 리튬이온전지 및 전기차 폐배터리 공정의 혁신적·선도적 R&D를 주도하며 국내외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에 기술 이전을 활발히 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골칫거리이자 새로운 화석이 된 '폐플라스틱'의 물리적 처리와 효과적인 선별 기술은 출연연 중에서 지질자원연구원만이 유일하게 수행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따뜻한 과학기술, 기술에 마음을 더하는 저개발 국가 적정기술도 있다. 특히 지진·산사태·화산 등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것들이 바로 출연연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인 사회적가치(E) 기술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한 연구 결과를 신속히 공개하고, 도전적 연구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투명하고 건강한 지배구조(G)도 추진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관련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 지난 100년간의 지질자원정보들을 집대성한 자료를 국민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는 지오빅데이터 오픈 플랫폼이 그 대표적 예다. 과학난제 해결에 도전하기 위해 100% 실패해도 용인하는 최초 연구과제 육성도 적극적 지원하고 있다.
사실 ESG는 한번에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 일반적인 ESG의 기성복이 아닌 '출연연의 ESG'라는 맞춤복에는 기술적 성과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차근차근 내재화하며 만들어가야 한다. ESG가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과 같은 선언적 의미가 아닌 기술적 행동으로 실천되려면 이제는 과학기술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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