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대우조선이 2008년에 팔렸더라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됐으니 지난 15년간의 민영화 흑역사 책임을 가려볼 때다. 2008년 시작된 대우조선 민영화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눈치보기, 세계 조선경기 전망 오판, 대주주 산업은행의 몸사리기 속에서 4차례나 무산됐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2008년 첫 매각시도가 공적자금을 극대화해 회수할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 조선업 호황은 절정이었고 인수전에는 한화, 포스코, GS, 두산이 뛰어들었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화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6조3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인수대금 납부 방식을 놓고 갈등이 벌어졌고, 콧대 높던 산업은행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조선업이 초호황인 시점에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의 추억이 강렬한 상황에서 산은이 느낀 최고가 매각 부담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후 2012년과 2014년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대우조선 옥포조선소가 자리 잡은 경남 지역 표심을 자극할까 걱정한 정치권이 발목을 잡았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정부 뜻을 거스르며 매각을 적극 추진할 리도 만무했다.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은 속절없이 약화됐다. 정권에 줄을 대는 인사들이 최고위직을 꿰차며 부실 수주가 계속됐고, 10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 1990년대 수주 세계 1위를 기록한 대우조선은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될 때만 해도 우량 기업이었다. 채권단 관리체제 장기화가 기업 가치를 얼마나 갉아먹는지 입증한 사례다. '하이닉스를 2012년 민영화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은, '대우조선을 2008년 매각했더라면'이라는 가정과 궤를 같이한다. 이번 한화의 인수가격이 2조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국민 세금 수조 원이 공중에 사라진 셈이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정치인들, 금융위원장, 산은 회장, 대우조선 사장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고 싶진 않다. 책임 있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이들은 익명 속에서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국익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할 때 해야 할 일을 하는 똑 부러진 공복이 없다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다.
[오수현 산업부 so2218@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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