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취업규칙 불리하게 변경 예외 없이 노조 동의 있어야"

회사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 규칙을 바꾸더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내용이라면, 예외적으로 노동조합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한 판례를 깨고, 대법원이 예외 없이 노조 동의가 필요하다고 확정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4년 현대자동차가,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맞춰 연차휴가에 상한을 두는 취업규칙을 신설한 데 대해, 노조가 "동의 없이 만든 규칙"이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노조 측 손을 일부만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췄다면 노조 동의가 없어도 된다는 예외를 인정한 기존 판례에 대해,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이 명시한 노사대등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권리"라며 "취업규칙 내용이 타당한지, 합리적인지를 따져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렵다"며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돼 법적 불안정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동안 기존의 판례가 "합리성의 기준이 모호해 노사 간 법적 분쟁을 일으킨다"는 법조계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법원은 다만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동의가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도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며 새로운 예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손구민 기자(kmsoh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482720_361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