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1256마리 굶겨 죽인 男 징역 3년…법정서 "감사" 탄성 쏟아졌다

지난달 18일 오전 8시45분 양평 개 대량 학살사건 주민대책위원회가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집회를 열고 양평 개 학살 사건 엄벌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경기 양평군 주택가에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1200여마리를 굶겨 죽인 60대 남성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동물권 단체들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봤다.

11일 뉴시스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박종현)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67)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행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 최고형인 징역 3년이 나온 것이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애완동물 번식 농장 등지에서 개 1243마리와 고양이 13마리 등 총 1256마리를 넘겨받은 뒤 사료와 물을 주지 않고 굶겨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개나 고양이 처분 대가로 마리당 1만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는 번식 농장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버려진 동물을 수거, 사료와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학대 내용과 그 정도, 개체 수, 피해동물의 고통을 고려할 때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파산 선고를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검찰은 "윤리를 찾을 수 없는 동물 학대로 생명을 경시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법정 최고형인 징역3년이 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란 게 동물권 단체의 반응이다. 동물권 단체 '케어'와 양평 개 학살사건 주민대책위원회 등 15명 정도가 이날 법정 안팎으로 모였다. 선고가 나자 법정에선 "판사님 감사합니다"라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머니투데이에 "혐의 7가지 정도가 합쳐져서 징역 2년6개월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순수하게 동물보호법 위반으로만 3년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사람들이) 탄성을 큰 소리로 내니까 A씨도 뒤를 돌아보며 한참을 노려봤다"고 말했다.

이어 "선고형을 법정형 수준으로 내린 것은 앞으로 법정형 자체를 상향할 수 있는 토대"라며 "3년 선고가 몇 건 나오면 비로소 5년, 10년 이렇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