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네이버 의학
"벌에 쏘인 곳엔 된장 발라야지." "몸이 가려우면 싸리비로 몸을 긁어 줘야지."
지금은 웃으며 듣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이런 유사 의료 행위가 사라진 시기는 50년도 채 안된 듯하다. 필자가 어렸을 때도 가끔 듣던 이야기이니 믿어도 좋다. 이런 '가짜뉴스'에 대한 믿음은 의학뿐만이 아니고 인류사 전반과도 함께해왔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다만 합리적 논리 전개로 인한 지식의 발전과 빠른 전파 속도로 인해 황당한 순서로 사라지는 중일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 논리 전개의 핵심은 '왜'이다.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왜 나았지?" "왜 낫지 않지?"
신과 같은 존재가 사람을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니고 원인을 파악하고 여러 실험과 검증을 통한 약물을 투입하거나 시술을 행하여 질병이라는 결과를 완치하거나 완화시켜주는 것이 지금의 의학인 것이다. 즉 의료는 과학의 한 분야이고 수학, 화학, 물리, 생물학 분야와 떼어 낼 수 없는 복합적인 실용 학문인 셈이다.
이런 훌륭한 학문에도 극복해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소통과 이해이다.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자신의 상식과 연계하여 받아들이려는 습성이 있다. 즉 활자로 되어 있는 정보가 자신이 알고 있는 그것과 배치되면 순화하고 변화시켜 기존의 정보와 통합해 버리는 것이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끼리 소통하는 분야가 아닌 비전문가에게 적용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의학은 소통과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
"혈압·당뇨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대." 아마 여러분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의사인 나도 묘하게 반박하기 힘들다. "그렇지, 대부분의 환자가 평생 관리받는 질병이니 평생 약을 먹어야지…." 같은 듯 다른 이야기이다. 평생 약을 먹어서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하라는 뜻이지만 마치 '인이 박이다'라는 어르신들 표현처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듯한 느낌이 배어나는 표현이다.
이런 현상을 젊은이들에게까지 더욱 부추기는 경향이 생겨났으니 바로 네이버 의학이다.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것은 검색엔진을 이용해 해결하는 풍토는 다양한 장점이 있으나 의학 같은 특별한 경우에 단점으로 나타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물론 대부분의 지식들은 사실에 근거하는 팩트이지만 가끔 개인적인 뇌피셜을 접목해 그럴듯한 소설을 만들어 내거나 선동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극소수의 잘못된 의료 행위가 있을 수는 있으나 대부분 지척의 병원에 가서 만원이 안 되는 돈을 내면 나에게 가장 합리적인 의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검색엔진들의 정보가 건강에 더 큰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정보의 공유와 전문화가 대세이긴 하니, 변화에 순응하며 좀 더 소통과 이해에 중점을 두는 것이 이 시대 의료인의 덕목 중 하나인 것도 부정하지는 않겠다.
개인적으로 소통하고 이해시키기 제일 힘든 집단이 있다. 얼마 전 딸이 감기라는 처의 전화에 기억을 더듬고 이비인후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약을 처방해 갔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허무했다. "됐고, 내일 당신 친구 병원에 데리고 갔다 와." 이해를 구하기에 저평가된 나의 위치는 너무 초라했다. 소통과 이해의 바탕에는 신뢰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의료의 자정은 지속되어야 한다.
[나공찬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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