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년 전 구제역 악몽 되살아나나” 충북 축산 농가들 전전긍긍
축사 밀집지역…확산 여부 ‘촉각’
한우값 하락, 사료값은 올라 한숨
백신접종·이동 제한 등 방역 총력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화상리. 흰색 방역복을 입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들이 차량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도로에는 방역차량들이 수시로 오갔다. 축사 진입로에는 ‘긴급방역 출입금지’라고 쓰여있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조용했던 이 마을에 구제역이 덮친 것은 지난 10일이다. 인근 내둔리 한우농가 1곳과 화상리 한우농가 2곳 등 3곳이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후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던 또다른 화상리 한우농가도 뒤늦게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내둔리 농가로부터 화상리 농가 2곳은 각각 2.1㎞, 1.9㎞ 정도 떨어져 있다. 방역당국은 이들 농가에서 사육 중인 한우 450마리에 대해 매몰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이날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소와 돼지, 양과 관련된 축산관계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인근 축산농가들은 구제역 발생 소식에 크게 당황해하면서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곳은 축사 밀집지역이다. 방역대로 설정된 내둔리 농가 반경 3㎞에는 구제역 확진농가를 제외하고 232농가가 소·돼지·염소 등 4만48마리의 우제류를 사육 중이다.
방역대에서 한우 2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한 농장주는 “4년만에 찾아온 구제역으로 농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주말에 예방접종을 마쳤는데 방역당국에서 추가접종을 하라고 해 농가들마다 분주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농장주는 “출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자금 회전이 막힌다면 축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한우 가격은 떨어지고 사료 가격은 오르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우택 전국한우협회 충북도지회 사무국장은 “구제역 발생 소식이 들리면서 내둔리와 화상리 농가 이외에도 청주지역 농가들이 침울해하고 있다”며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축산농가들이 예정된 회의와 모임 등을 취소하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위해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주시와 인접한 보은·증평·진천·괴산군 우제류 사육농가에 긴급 백신접종을 진행하고 이상 증상 등을 살피는 임상예찰 활동도 실시한다. 방역대로 설정된 내둔리 3㎞ 이내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의 이동을 3주 동안 제한한 상태다.
방역당국은 바이러스 유입경로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당국은 국내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발현된 게 아니라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발생농장 관계자들 가운데 최근 해외여행 이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 관계자는 “공기전파가 가능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영국 등으로 유입된 사례도 있다”라며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가 O형인데 지난 3월29일 중국 광서장족자치구에서 검출된 구제역바이러스가 O형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충북지역 축산농가 대부분이 백신접종을 마친 만큼 대규모 확산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3월 기준 구제역 바이러스 항체형성율은 소 96.6%, 돼지 95.1%다. 내둔리 한우농가는 지난해 10월, 화상리 농가 2곳은 지난 4월에 예방접종을 마쳤다.
도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6종으로 이 중 O형과 A형 항체를 형성하는 예방접종을 실시했다”라며 “다만 항체가 형성돼 있어도 구제역에 걸리는 우제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체 형성이 잘 된 만큼 대규모 확산보다는 산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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