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왔는데… 여야 갈등에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 안갯속

5월 복지위 일정도 불투명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하향됐지만 국회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는 여전히 뒷전이다. 정부는 내달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당장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대비해야 할지 몰라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한 1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코로나 검사센터 검체 채취 부스가 한산하다. 이로써 코로나19 방역 조치 대부분이 해제되면서 지난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3년 4개월 만에 사실상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연합뉴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말 비대면 진료 허용 여부 등을 논의할 법안소위를 열고도 관련 법안을 논의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당초 초진이나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5개의 의료법 개정안이 중간 순서로 소위에 올랐으나 이날 회의에서 논의 순서가 뒤로 밀리면서 결국 정식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회의가 끝났다. 복지위는 아직 이번달 법안소위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또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에 대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법안 처리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뒷짐 진 정부와 국회 탓에 당장 무법 상태에 빠진 업계다. 현재 국내에는 30여개의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이 영업중이다.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0년 2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간 누적 이용 건수는 736만건에 달한다. 이용 환자도 400만명을 넘어섰고, 참여 의료기관도 2만76개소에 이른다. 진료비는 본인 부담금을 포함해 1227억원 규모다. 이미 하나의 의료 시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비대면 진료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시범사업에서 초진을 허용할지, 재진만 허용할지도 알 수 없고 어떤 식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당장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범사업에 맞춰 서비스를 재편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또 일부 중소 업체들은 불투명한 상황 탓에 추가적인 투자를 받지 못해 비대면 진료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사업전화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시범사업이라는 인공호흡기를 달아줬다고 국회는 또 손을 놓고 있다”며 “여야가 서로 선명한 입장을 내고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는 5개 법안 외에는 서로의 명확한 입장도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