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은행 임직원 만나게 해달라” 신현성 ‘공짜 루나’ 뿌렸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오른쪽)./뉴스1

‘루나·테라’ 관련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과거 가상 화폐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임직원에게 루나를 무상으로 건네며 알선을 청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11일 법무부에서 받은 루나‧테라 사건 피의자들 대한 공소장에는 루나 코인이 가격 급등 전 금융권 및 가상자산 업계 인사들에게 뿌려진 정황이 담겨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루나‧테라 프로젝트를 키우기 위해 코인을 로비 및 홍보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2018년 12월 컨설팅 업체 대표 등을 지낸 A씨와 만나 대형은행 관계자를 소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신 전 대표는 이른바 ‘테라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결제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코인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은행 등 금융권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신 전 대표는 A씨에게 “테라‧루나 사업을 하는데 차이코퍼레이션(당시 지구전자결제)과 은행의 연동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금융기관은 가상 화폐에 부정적이고, 나는 금융기관 사람들을 잘 모르니 도움을 주면 루나를 무상으로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이를 승낙한 뒤 B은행 부행장 등 5개 대형 은행 임직원에게 청탁해 자리를 마련했다. 신 전 대표는 이를 통해 코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 전 대표는 A씨에게 알선의 대가로 약 1억5000만원 상당의 루나 코인 21만 개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를 모두 매도해 현금을 취득했다. 서울남부지검은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신 전 대표는 국내외 코인 거래소 관계자 및 투자사 등에 루나를 0.1~0.4 달러에 판매하기도 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가상 화폐 업계에 영향력이 큰 이들에게 투자 기회를 주고 홍보에 활용하려 한 것이라고 봤다.

루나를 만든 신 전 대표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투자설명서인 ‘백서’에 발행량을 10억 개로 제한한다고 적었지만, 검찰은 이 또한 거짓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은 루나 발행량이 10억 개로 제한돼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물량 제한) 장치는 마련돼지 않았다”며 “언제든 루나로 전환이 가능한 코인 10억 개를 임의로 사전 발행해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신 전 대표 등은 프로젝트 초기 막대한 루나 물량을 배정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신현성 전 대표는 루나 3859만 개, 권도형 대표는 7000만 개를 지급받았다고 한다. 국내 거래소에서 루나 코인은 폭락 직전 개당 14만원에 거래됐다. 이들은 보유한 루나의 가격이 상승한 시점에 매도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대표 측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신 전 대표 변호인은 이날 “허위 백서를 만들고 거짓 홍보를 모의했다는 등 검찰의 공소사실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실하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