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갓겜 '마녀의 샘' 어디서 번역했을까?

최은상 기자 2023. 5. 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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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전문 현지화 스튜디오 '마리뮤'가 말하는 번역 이야기
- 게임 전문 현지화 업체 '마리뮤' 조혜인 이사

"게임 퀄리티를 높이는 마지막 한 방울이 바로 번역이죠"

모바일 인기 RPG '마녀의 샘' 시리즈는 뛰어난 스토리로 유저들에게 호평받은 인디게임이다. 2015년 출시 당시 꽤 센세이션했다. 

별다른 마케팅도 하지 않고 인지도도 없었던 소형 개발사의 인디게임이 앱스토어 인기 게임부문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유료게임차트 1위를 석권했기 때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게임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마녀의 샘의 힘은 세계관과 스토리라인에 있다. 플레이 자체는 마녀를 성장시키는 꽤 단순한 구조를 띄고 있지만, 촘촘한 설정과 이벤트 수행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멀티 엔딩은 대형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 이제는 글로벌 IP로 성장한 '마녀의 샘' 시리즈 

마녀의 샘이 글로벌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성공적인 '현지화'가 꼽힌다. 스토리가 가장 중요한 게임인 만큼 이를 전달하는 언어 번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게임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11일 게임톡은 플레이엑스포에서 마녀의 샘 현지화 작업을 담당한 업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게임 전문 현지화 스튜디오 '마리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터뷰에는 조혜인 마리뮤 이사가 자리했다. 

마리뮤는 200여 가지 이상의 게임 타이틀 현지화에 참여한 잔뼈 굵은 현지화 업체다. 마녀의 샘 외에도 '에펙세븐', '스매싱 더 배틀', '어비스리움', '츄츄히어로즈' 등 다양한 인기 게임 현지화 작업을 맡았다. 

- 마리뮤 주요 실적에 대해 설명 중인 조혜인 이사 

Q. 게임을 현지화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현지화는 무언가 하나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기 보단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하는 작업이 많다. 하나를 콕 찝어 말하면 지역간 문화와 정서에 조심해야 한다. 기념일이나 이벤트 같은 것도 각 나라의 문화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

예시로 콜롬버스데이가 있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날을 기념하는 행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주민 이슈, 노예 문제 등의 이유로 현지에서도 이를 기념하지 않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콜롬버스데이를 있는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현지 정서에 어울리지 않게 된다. 

특히나 요즘 유저들이 이런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현지화하기 전 각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문맥, 표현, 단어 외에도 이런 부분을 캐치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Q. 게임에 있어서 현지화는 어떤 역할을 할까?

누군가는 현지화와 번역이 중요한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 마지막 한 방울이 바로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게임이더라도 현지화가 제대로 안 되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영화 '데드풀'이 워낙 좋은 작품이었던 것과 별개로 뛰어난 번역이 인기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말이다.

 

Q. 게임 UI에 맞춰서 번역을 해야하는 제약이 힘들지는 않은가?

UI적인 제약도 분명 애로사항 중 하나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모두 '확인'이란 단어의 길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부 일부 언어에서는 길이가 매우 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번역뿐만 아니라 UI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에 일이 훨씬 복잡해진다. 언어적인 특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기획 단계에서 미리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 중에서 특별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모두 소중하고 기억에 남지만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마녀의 샘' 시리즈다. '마녀의샘1'부터 최근 개발중인 '마녀의샘R'까지 모든 프로젝트를 마리뮤에서 작업했다. 텍스트와 대사도 굉장히 많은 편이다. 캐릭터도 굉장히 많아졌다. 방대해진 마녀의 샘의 세계관과 설정을 계속해서 트래킹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최근 작품 중에서는 '냥타워: 네모로직'이 있다. 글로벌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 개성 넘치는 고양이가 정말 많이 나오는데, 한 마리 한 마리의 언어적 특징을 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국가마다 받아들이는 어감의 차이도 고려해야 했다.

 

Q. 최근 AI 번역이 뜨거운 감자인데, 마리뮤에서는 이를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허용하지 않는다. 게임 번역은 정말 특수한 경우다. AI 번역을 사용한 것은 한 번에 탄로가 난다. 가령, 체력을 AI 번역을 돌리면 절대 HP로 바꿔주지 않는다. 게임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언어별 태그나 어순 조합 등 AI가 할 수 없는 고려사항이 정말 많다. 앞서 말한 지역적 차이도 그 중 하나다. 작업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할 만큼 큰 문제다. 더욱이 NDA를 체결하고 작업을 하는건데, 이를 AI 툴에 넣는다는 것은 계약위반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Q. 특정 표현이나 단어가 일부 국가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해결하는가?

문제가 보고되면 우선적으로 개발사가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해당 장면이나 표현을 완전히 삭제를 할지, 대폭 줄일지,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하게 된다. 단순히 번역적인 문제라면 사측에서 의견을 어필하여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Q. 좋은 평가도 있겠지만 분명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피드백도 있을 것이다. 주로 어떤 피드백이 오가는가? 

대부분의 경우가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나온다. 예를 들어 "너희 이렇게 해석했던데, 사실 게임 문맥상 이렇게 하는게 맞아" 등의 피드백이다. 개발사 입장과 이용자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경우 개발사가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컨트롤하기 어렵다. 또한 일부는 수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Q. 현지화 타이틀 중에 인디게임이 정말 많다.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기도 한다는 말을 했었는데,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도 있는가?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인디 개발자들을 초대하여 개발 스토리나 해외 진출 시 고려해야할 사항 등에 대한 강연을 하고 싶다. 코로나도 그렇고 그동안 이러저러한 이유로 하지 못했다. 올해는 지스타에서 이 같은 자리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Q. 2023년 마리뮤의 목표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게임 행사에서 많은 업체를 만나고는 있지만 올해는 마리뮤의 성과를 제너럴하게 알리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정해진 시간 내 만나는 다소 딱딱한 자리보다는 부스 행사 등을 통해 다양한 개발사분들과 만나 교류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anews9413@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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